SK E&S·중부발전, LNG 열병합발전소 건설 공동 추진
반도체 산단에 전력 1.05GW·열 1600만톤 공급 전망
SK하이닉스, 칩 생산 원가 연간 1500억원 절감 기대
SK이노와 합병 앞둔 SK E&S, 안정적 수익 창출 가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와 열을 공급할 ‘LNG 열병합발전소(집단에너지)’ 사업을 최종 허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낭보로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된 곳은 SK그룹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최첨단 팹을 짓기로 한 SK하이닉스는 향후 집단에너지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력과 에너지를 공급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1500억원의 반도체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올해 11월 출범을 앞둔 SK E&S와 SK이노베이션 합병 법인도 집단에너지 사업 운영에 따른 수익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최근 SK E&S와 한국중부발전(중부발전)이 공동 추진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을 허가했다.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열린 회의에서 “신청 서류의 보완 여부를 확인 후 재심의(하겠다)”며 안건을 보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1일 SK E&S와 중부발전이 서류를 보완하면서 1050MW 규모의 용인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 허가안을 서면 의결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도 해당 사업을 최종 허가했다.
업계 안팎에선 올 1월 산업부가 조사한 신규 LNG 열병합발전소 건설 의향이 7.3GW 규모였던 것을 고려하면 SK E&S와 중부발전이 1.05GW 규모의 LNG 발전 사업권을 획득한 것은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사업은 민·관이 협력해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산단)에 필요한 열과 전력을 공급하는 첫 사례다. 집단에너지 시설은 전력 생산과 지역난방 등의 열 공급 설비를 모두 갖춘 발전소로, 에너지 효율이 높으면서도 송전탑 등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로 대규모 산단이나 신도시를 중심으로 건설된다.
정부의 허가를 따낸 SK E&S와 중부발전은 집단에너지 사업을 수행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발전소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LNG 열병합발전소가 완공되면 SK E&S는 집단에너지 사업에 특화된 역량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LNG를 도입해 저렴한 스팀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중부발전은 기존 발전소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원활한 사업 운영을 뒷받침한다.
집단에너지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서 SK하이닉스로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원활하게 가동되기 위해 요구됐던 전력과 열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그간 SK하이닉스는 SK E&S와 함께 LNG발전소 건설을 추진했으나 탄소 중립 실현을 우선시하는 정부 기조에 막혀 신규 LNG발전소 건립에 난항을 겪어 왔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따르면 2038년까지 향후 15년 간 LNG 열병합발전소를 포함해 새 LNG발전소 물량은 총 2.5GW 규모로 제한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소 미확보로 한시가 급한 반도체 설비 신·증설마저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산업부가 문을 닫는 노후 발전소를 대체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사업 추진에 물꼬가 트이게 됐다. 용인에 들어서는 LNG 열병합발전소는 2027년께 문 닫는 보령 복합화력발전소를 대체하게 된다.
SK E&S와 중부발전이 구축하게 될 집단에너지 시설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05GW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또 클러스터 내 최첨단 팹 4개에 필요한 열도 연간 1600만톤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매일 약 60만가구에 안정적으로 지역난방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열 공급은 반도체 산업에서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24시간 항온·항습을 유지해야 한다. 이에 안정적으로 열이 공급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팹의 온도가 1도만 내려가도 반도체 생산은 전면 중단된다. 문제는 공장 가동이 단 2분 간 중단되면 1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과 열 공급을 담당할 시설로 집단에너지 시설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단에너지 시설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버리지 않고 스팀과 온수 생산에 재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에너지 이용 효율이 매우 높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집단에너지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보일러를 통한 생산 방식에 비해 열 생산 원가는 약 15%, 에너지 소비량은 26% 절감된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클러스터 내 최첨단 팹 운영 과정에서 연간 최대 1500억원의 칩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단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다. SK E&S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을 앞둔 SK E&S의 수익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집단에너지 시설의 경우 대부분 열 수요가 겨울철에 집중되는 반면, 반도체 산단의 경우 계절에 상관없이 열과 전력 수요가 연중 일정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또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LNG를 활용해 연료비 절감은 물론 합병 법인의 LNG 수요 확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사업으로 국내 민간 1위 LNG 사업자이자 발전 사업자인 SK E&S는 현재 운영 중인 5GW 규모의 LNG발전소에 더해 추가로 1GW급 발전소에 LNG를 공급하게 되면서 LNG 밸류체인(가치사슬) 경쟁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7일 열린 기업 설명회에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과 보령 수소 혼소 발전 사업, 유럽·동남아 등 추가 수요 확대 상황을 고려할 때 전체 발전 설비 규모는 8GW 이상, LNG 1000만톤 규모까지 확대돼 LNG 밸류체인의 원가·운영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집단에너지 시설이 들어서면 대규모 송전 시설 건설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사회적·경제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공정 최적화를 비롯해 신기술 개발, 저렴한 열·전력 비용 절감 등을 통해 반도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며 “집단에너지 시설을 통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곧 K-반도체의 원가 경쟁력 강화에도 효과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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