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독일에 유럽 첫 반도체공장 짓는다…삼성, 파운드리 주도권 경쟁서 밀려나나

시간 입력 2024-08-22 07:00:00 시간 수정 2024-08-21 17: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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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드레스덴공장 착공…2027년 말 본격 생산 돌입
AI 칩 및 차량·산업용 반도체 웨이퍼 중점 양산될 듯
대만·미국·일본 이어 유럽까지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
TSMC 뒤쫓는 삼성, 현지 생산 능력 확보 계획 없어
삼성, 차세대 제품·원스톱 AI 솔루션 통해 TSMC 추격

8월 20일 열린 TSMC의 유럽 첫 반도체 생산 공장인 독일 드레스덴공장 착공식.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1위 대만 TSMC가 유럽 첫 반도체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이에 TSMC는 대만, 미국, 일본 등에 이어 유럽까지 세계 곳곳에서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TSMC가 전 세계에 걸쳐 현지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TSMC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한 삼성전자는 여전히 유럽 투자 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K-반도체가 유럽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경쟁사들에 밀려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위기를 느낀 삼성은 AI(인공지능)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One-Stop) AI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고객 맞춤형 반도체 수요에 따라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오직 파운드리 사업만 영위하는 TSMC와 차별화하고,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독주를 막는다는 구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20일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유럽 첫 칩 생산 공장 착공에 나섰다.

이날 착공식에는 웨이저자 TSMC CEO(최고경영자) 회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이 참석했다.

TSMC가 주도해 설립한 합작 회사 ESMC가 건립하는 해당 공장에서는 AI(인공지능) 칩을 비롯해 유럽 제조업의 핵심인 차량·산업용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다.

2027년 말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는 드레스덴공장은 2029년 전면 가동 시 연간 48만개의 실리콘 웨이퍼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착공식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독일의 새 반도체공장에서는 그간 유럽의 다른 어떤 시설에서도 생산되지 않은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며 “지정학적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TSMC는 물론 유럽에도 윈-윈이다”고 말했다.

8월 20일 열린 TSMC의 유럽 첫 반도체 생산 공장인 독일 드레스덴공장 착공식에서 발언하는 웨이저자 TSMC CEO 회장. <사진=연합뉴스>

TSMC가 유럽 내 반도체 생산 시설 구축에 나선 것은 단연 EU의 천문학적인 보조금 지원 덕분이다.

EU는 이날 착공식에 맞춰 TSMC에 대한 독일 정부의 50억유로(약 7조4234억원) 규모 보조금 지급 계획을 승인했다. EU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은 자국 내 산업체에 국가 보조금을 지원하려면 EU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보조금 지원 승인에 따라 TSMC는 신규 반도체공장 건설에 투입키로 한 100억유로(약 14조8661억원)의 절반을 보조금으로 지급 받게 됐다.

이뿐만 아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차량용 파운드리 시장도 TSMC의 유럽 반도체공장 건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근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에 파운드리 업체들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독일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차량용 반도체 수요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올 1월 웨이저자 회장은 “고객 수요와 보조금 지원 규모 등을 바탕으로 유럽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을 염두에 두고, 고객, 파트너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유럽 내 첫 반도체공장을 착공하면서 TSMC의 생산 거점은 세계 곳곳에 자리 잡게 됐다.

TSMC는 본거지인 대만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해외에도 칩 생산 시설을 적극 구축하고 있다.

TSMC는 미 현지에 총 650억달러(약 86조7945억원)를 투입해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미 애리조나주 첫 번째 반도체공장에서 4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고, 2028년 두 번째 공장에선 선단 공정인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2030년까지 세 번째 공장을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TSMC 일본 구마모토공장. <사진=연합뉴스>

일본에 건립한 구마모토 1공장은 올 4분기부터 12·16·22·28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본격 양산한다. 생산 능력은 300mm 웨이퍼 환산 기준 한달에 약 5만5000장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 정부와 반도체 동맹을 맺은 TSMC는 일본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추가로 더 짓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TSMC는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구마모토 2공장을 연내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오사카 지역에 3나노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TSMC가 대만을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부 해외 투자를 제외하고 현지 생산 능력 확보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 대한 투자 계획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는 K-반도체의 고객사나 협력사가 많지 않다”며 “미국, 중국 시장과 달리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유럽으로 진출할 이유가 적은 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차량용 파운드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K-반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TSMC가 유럽 시장마저 단숨에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선 K-반도체가 향후 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에게 밀려 유럽 고객사들을 모조리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유럽 고객사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이를 이유로 유럽 시장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 식의 안일한 대응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사들이 유럽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은 K-반도체의 유럽 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특히 차량용 반도체 시장과 같은 신성장동력을 뺏기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6월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 <사진=삼성전자>

문제를 인식한 삼성전자는 당장 유럽 내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대신 차세대 제품과 원스톱 AI 솔루션을 앞세워 TSMC의 약진을 저지하기로 했다.

삼성은 올 10월 독일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열고, 현지 고객사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최첨단 2나노 전장 솔루션 양산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 8나노·5나노 eM램(내장형 M램) 개발 현황도 공개한다. 현재 개발 중인 14나노 eM램을 올해 개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M램은 빠른 읽기와 쓰기 속도를 기반으로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 가능한 전장용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의 통합 AI 솔루션도 신 파운드리 전략의 핵심이다. 현재 삼성은 파운드리와 메모리, 어드밴스드패키지(AVP) 사업을 모두 보유해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커스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협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삼성은 이들 사업 간 협력을 본격화해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강점을 갖춘 통합 AI 솔루션을 선보이고, 제품의 시장 출시를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활용할 경우 기존 공정 대비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소요되는 총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7년 AI 솔루션에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소자 기술까지 통합키로 했다.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TSMC와 ‘생산 능력 확보 경쟁’을 벌이지 않는 대신 통합 AI 솔루션을 앞세워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대폭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TSMC가 갖지 못한 삼성 반도체만의 역량을 토대로 맞춤형 AI 칩을 생산, 공급하는 전략으로 차별화한다는 것이다.

TSMC가 갖추지 못한 장점을 강화하는 차별화 전략이야말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삼성 스스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통해 향후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 나갈 전망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AI를 중심으로 모든 기술이 혁명적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AI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다”며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GAA 공정 기술과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 소자 기술 등을 통해 AI 시대에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자신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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