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23일까지 신입·경력 채용…삼성, 11일 신입 모집 종료
K-반도체, 전문 인력 확충 통해 ‘HBM 패권’ 확보 잰걸음
올해만 일곱 차례 채용 나선 SK, ‘HBM 1등’ 굳히기 속도
삼성, ‘인재 중시’ 이재용 의지 계승…“기술 인력은 경쟁력”
메모리 업황 호조로 실적반등에 성공한 삼성·SK가 반도체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AI(인공지능) 열풍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첨단 기술개발 및 AI 칩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당장, 올 하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AI 반도체 전문인력 유치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23일까지 내년 2월 대학 졸업 예정자 및 기졸업자를 대상으로 ‘2024년 하반기 신입 사원 채용’을 실시한다.
테크 R&D(연구개발) 공정·장비, 패키지 개발, 소자, 기반 기술, 설계, 품질 보증 등 다양한 직무에서 신입 사업을 뽑을 예정이다. 아울러 반도체 유관 경력 2~4년차 대상으로 ‘주니어 탤런트 전형’도 동시에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매년 상·하반기 이뤄지던 신입 채용 방식을 2021년부터 상시 채용으로 바꾸고, 같은해 주니어 탤런트 전형을 도입한 바 있다. 주니어 탤런트 전형은 반도체 관련 업계에서 실무경험을 가진 준비된 인력을 조기에 전력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에, SK는 D램 설계, HBM 디지털 설계, 낸드 설계, SoC(시스템온칩) 설계·검증 등 핵심 직무를 수행할 경력 사원을 모집키로 했다.
반도체 유관 경력 7년 이상의 HBM 설계·PE(프로덕트 엔지니어링) 경력 사원도 채용한다.
신입과 경력을 아우르는 SK하이닉스의 전체 채용 규모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세 자리수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신입 사원의 경우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필기 전형인 SKCT(SK Competency Test)와 면접을 거쳐 내년 1월에 입사하게 된다. 주니어 탤런트 합격자 및 경력 사원은 내년 2월 중에 입사해 근무를 시작하게 될 전망이다.
이들은 HBM 설계와 AVP(어드밴스드패키징) 등 AI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포함해 최근 신규 투자를 발표한 충북 청주 M15X, 2027년 5월부터 가동을 시작할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국 AVP 생산 기지 준비를 위한 엔지니어 인력 등 미래 성장을 위한 모든 영역에서 활약하게 된다.
특히 이번 채용은 올 7월 이례적으로 진행했던 신입·경력 사원 동시 채용에 이어 불과 두달 만에 시행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SK는 올해에만 벌써 총 일곱 차례나 신입·경력 채용에 나섰다. 신입 사원 모집 세 차례(올 3·7·9월), 일반 경력직과 주니어 탤런트 전형을 포함한 경력 사원 모집도 네 차례나 진행했다.
이렇듯 SK하이닉스가 우수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 HBM 주도권을 지키고, 첨단 기술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HBM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 했다. 올 3월엔 세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하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SK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HBM 경쟁력 확보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주요 고객사에 샘플로 제공한 HBM3E 12단 제품을 올 3분기 내 양산하고, 4분기에 본격 출하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의 위상을 한층 제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에는 HBM3E가 HBM3의 출하량을 크게 넘어 서고, 전체 HBM 출하량 중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며 “올해는 TSV(실리콘관통전극) 생산 능력 확대, 10나노 5세대(1b) 전환 투자 등을 기반으로 HBM3E 공급을 빠르게 늘려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규모 채용을 통해 선발된 반도체 전문 인력들은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SK하이닉스의 비전을 주도하는 첨병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SK보다 한발 앞서 인력 확충에 나섰다. 삼성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하루 전인 11일까지 하반기 3급 신입 사원을 모집했다. 모집 직무는 반도체 공정 기술·설계, 설비 기술, 패키지 개발, 생산 관리, 구매 등 다양하다.
서류 전형 통과자는 다음달 중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거친 후, 올 11월 중 면접, 12월 중 건강검진을 거쳐 최종 입사하게 된다.
채용 규모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앞서 2022년 삼성그룹이 2027년까지 향후 5년 간 8만명을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던 만큼 1만명 가까운 신입 사원을 뽑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할 때 삼성 반도체의 이번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가 유력해 보인다.
최종 합격자는 향후 기흥·화성·평택캠퍼스, 천안·온양캠퍼스, 수원캠퍼스 등에서 근무하게 될 예정이다. 이들은 HBM와 DDR5 등 AI 서버용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핵심 사업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의 HBM 역량 강화에 많은 인원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밀려 글로벌 HBM 시장 2위로 추락하는 등 ‘메모리 최강자’라는 자존심에 흠집이 난 상태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2월과 7월에도 경력 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총 800여 개 직무에서 인재를 모집한 바 있다. 특히 HBM 등 차세대 D램 솔루션 관련 직무를 수행할 전문 인력이 다수 뽑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듯 삼성은 HBM 패권을 탈환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으로 반도체 전문 인재 확보를 선택했다.
이는 인재를 중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다.
그간 이 회장은 인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최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술을 살피기 위해 방문한 삼성전자 천안·온양캠퍼스에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올 1월에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024 삼성 명장’ 15명과 직접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다”며 “미래는 기술 인재의 확보와 육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인재 중시 경영에 힘입어 삼성은 HBM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고객사 일정에 맞춰 올 하반기에 본격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에 빼앗긴 글로벌 HBM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포부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상반기 HBM3 내 12단 판매 비중이 3분의 2 수준을 기록한 만큼 HBM3E에서도 성숙 수준의 패키징을 구현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HBM 사업 내 HBM3E의 매출 비중은 3분기에 10% 중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4분기에는 60% 수준까지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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