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1위 TSMC 게 섯거라”…삼성, 엔비디아 ‘AI 칩’ 생산하나

시간 입력 2024-09-12 17:31:53 시간 수정 2024-09-12 17: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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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 “필요시 AI 칩 파운드리 업체 늘릴 수도”
TSMC, 현재 호퍼 시리즈 생산 중…차세대 ‘블랙웰’도 양산 예정
엔비디아,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 맞춰 추가 생산거점 필요성↑
삼성, AI칩 생산 파트너로 주목…‘통합 AI 솔루션’ 차별화로 승부

AI(인공지능)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에 AI 칩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동안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굳건한 협력 관계를 맺어 온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공급라인을 다각화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가 TSMC에 이어 파트너를 추가할 것을 시사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 사업에 공을 들여온 삼성전자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시장 점유율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AI 칩 밀월 관계를 구축할 경우, 세계 파운드리 시장구도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란 분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그룹 주최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필요하다면 AI 칩 생산을 TSMC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에 맡길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현재 AI 칩 중 가장 인기 있는 ‘호퍼’ 시리즈(H100·H200)를 대만의 TSMC를 통해 전량 생산하고 있다. 또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인 ‘블랙웰’도 TSMC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황 CEO는 이들 AI 칩 생산을 TSMC에 의존하고 있는 데 대해 “TSMC가 동종 업계 최고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TSMC의 민첩성(agility)과 우리의 요구에 대응하는 능력은 가히 놀랍다”며 극찬했다.

특히 황 CEO는 새로운 파운드리 업체를 통해 AI 칩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는 의중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TSMC가 훌륭하기 때문에 생산을 맡긴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파운드리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we can always bring up others)”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황 CEO가 AI 칩 생산을 또다른 파운드리 업체에 맡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여전히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AI 반도체 수요 때문이다. 황 CEO는 “AI 반도체 수요가 너무 많다”며 “모두(주요 빅테크)가 가장 먼저, 최고가 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제한된 공급으로 AI 칩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 반도체를 수급 받지 못하는 일부 기업은 좌절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그는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는 최신 AI 칩 블랙웰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말 차세대 AI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고 공언한 상태다. 황 CEO는 “올 3월 공개한 블랙웰을 2025 회계연도 4분기(올 11월~내년 1월)부터 본격 양산한다”고 말했다.

앞서 올 3월 엔비디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를 열고, 차세대 AI 반도체 ‘B100’과 ‘B200’을 선보인 바 있다. B100, B200은 엔비디아 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H100의 성능을 뛰어 넘는 차세대 AI 반도체다. 호퍼 아키텍처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 블랙웰을 기반으로 제조돼 H100 대비 최대 30배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반면 에너지 소비는 2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황 CEO는 “차세대 AI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더 많은 성장을 이끌 것이다”며 “우리는 다음 성장의 물결(next wave of growth)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엔비디아는 이미 블랙웰의 샘플을 파트너사와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고 했다. 황 CEO는 “블랙웰 샘플은 전 세계 파트너사와 고객사에 배송되고 있다”며 “현재 블랙웰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실로 엄청나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 엔비디아 보이저사옥. <사진=엔비디아>

블랙웰을 향한 주요 빅테크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반도체를 양산할 생산 거점을 추가로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엔비디아는 오랜 파트너인 TSMC를 통해 블랙웰도 양산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블랙웰 양산 시점을 올 11월로 못박은 상황에서 이미 H100·H200을 주력으로 생산 중인 TSMC가 블랙웰까지 제조한다면, 급증하는 AI 칩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엔비디아로서는 AI 칩 수요에 발맞춰 추가로 파운드리 업체를 확보하는 것이 AI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방안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날 황 CEO는 ‘다른 업체’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황 CEO는 “우리는 기술 대부분을 자체 개발하고 있어 다른 파운드리 업체에 주문하는 게 용이하다”면서도 “그러나 이같은 변화는 자칫 AI 칩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황 CEO가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업계 안팎에선 엔비디아의 새로운 대안으로 삼성전자를 꼽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파운드리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둘 뿐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파운드리 파트너로 확보하게 될 경우,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도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 1위 TSMC와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올 2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3%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11.5%로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에서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TSMC를 추월해 세계 1위를 탈환하겠다고 자신했던 삼성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양산을 맡게 된다면 그 위상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를  파운드리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통합 AI 솔루션을 내세웠다. 현재 삼성은 파운드리와 메모리, 어드밴스드패키지(AVP) 사업을 모두 보유해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커스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협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삼성은 이들 사업 간 협력을 본격화해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강점을 갖춘 통합 AI 솔루션을 선보이고, 제품의 시장 출시를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활용할 경우 기존 공정 대비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소요되는 총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7년에는 AI 솔루션에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소자 기술까지 통합키로 했다.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TSMC와 ‘생산 능력 확보 경쟁’을 벌이지 않는 대신 통합 AI 솔루션을 앞세워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대폭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TSMC가 갖지 못한 삼성 반도체만의 역량을 토대로 맞춤형 AI 칩을 생산, 공급하는 전략으로 차별화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통해 향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AI를 중심으로 모든 기술이 혁명적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AI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라면서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기술과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 소자 기술 등을 통해 AI 시대에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자신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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