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글로벌 경영 위기 속 ‘사장단 워크숍’…구광모 “낡은 방식 안돼, 도전적 목표로 최고 만들자”

시간 입력 2024-09-26 18:00:00 시간 수정 2024-09-26 17: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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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인화원서 워크숍 직접 주재…CEO 등 40여 명 참석
“하반기 경기 상황 어려워…차별적 고객 가치 실행 가속화해야”
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 신성장동력도 점검…“세계 최고·최초 목표”

25일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살피기 위해 전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모았다. 올해 하반기 경영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가운데, 국면 전환을 도모하고 미래 성장 사업을 재점검 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이번 ‘사장단 워크숍’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나섰다. 특히 LG만의 ‘차별적 고객 가치’ 실행을 가속화하고, ‘A(인공지능)-B(바이오)-C(클린테크)’ 분야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LG는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계열사별 중점 사업을 점검하고, 중장기 전략 방향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하루 전인 25일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사장단 워크숍을 직접 주재했다.

하루 일정으로 진행된 이날 워크숍에는 LG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사업본부장 등 4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워크숍의 화두는 단연 하반기 경영 상황이었다. 올 하반기 경기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실제 기업의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산업 현장 곳곳에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BSI 전망치’는 96.2를 기록했다. BSI 전망치가 100보다 높으면 직전월보다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 온 LG 역시 하반기 들어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LG최고경영진들이 25일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미래 모빌리티 AI 경험 공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LG>

이러한 위기상황을 의식한 구 회장은 이번 워크숍에서 LG 최고경영진들과 함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먼저 LG그룹 수뇌부들은 그룹 내 대부분의 사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히 개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더 높은 도전적 목표를 세우기로 뜻을 모았다.

LG 최고경영진들은 차별적 고객 가치를 사업 의사결정과 행동의 기준으로 삼고, 이에 기반을 둔 고객 중심 기업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나아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 실행하기로 했다.

차별적 고객 가치는 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핵심 키워드다.

LG의 경영 기조로서 고객 가치 경영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구 회장은 매년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가치 경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오고 있다.

취임 후 첫 신년사를 내놓은 2019년엔 ‘LG가 나아갈 방향이 고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020년에는 고객 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고, 2021년엔 고객 초세분화(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2022년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제시한 구 회장은 지난해 전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만들어 나갈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구 회장은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들이 모여 고객 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며 “LG의 주인공이 돼 고객 가치를 모으고,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과 경험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올해 신년사에서 구 회장은 ‘남들과 다르게’의 수준을 넘어, 새로운 생활 문화의 대명사가 되는 가치를 차별적 고객 가치라고 정의했다. 그는 차별적 고객 가치를 만든 사례로, LG 트롬 스타일러와 건조기, 전기차 배터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을 소개했다.

구 회장은 “지난 5년 간 고객 가치 혁신을 위해 노력하며 높아진 역량만큼 고객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모든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객 경험 혁신을 이야기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최고의 고객 경험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고객 가치에 대한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가치들은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이나 눈높이를 훨씬 뛰어 넘어 고객에게 놀라운 감동을 주고, 미래 고객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 문화를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가치들이 만들어지고 쌓여갈 때 LG가 대체 불가능한 ‘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강력하게 추구하고 있는 차별적 고객 가치 실행을 가속화할 방안으로는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사업에 반영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 수 있는 기업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자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LG 최고경영진들은 차별적 경쟁력을 위한 혁신 과제를 점검하며 치열하게 토론을 이어갔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3년 간 LG전자가 추진한 고객 중심 경영 체계 사례를 공유하며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LG 계열사가 AI 기술을 적용해 고객 경험을 혁신한 사례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한 사례도 살펴 봤다.

고객 경험 혁신 과제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내부 데이터 분석 챗봇 등 일하는 방식의 혁신(전자) △AI 기반 제조 공정 이상 감지 및 제어 시스템(디스플레이) △국내 최초 난임 치료 종합 지원 앱 개발(화학) △세계 최초로 100%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PE(폴리에틸렌) 식음료 포장재 개발 사례(화학)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한 설비 통합 등 제조 공정 혁신(에너지솔루션) 등 40여 개의 계열사 혁신 사례가 소개됐다.

또 경영진은 차량 내 AI 수행 비서가 주행 환경에 맞춰 차량 내부를 제어하는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 모빌리티 AI 경험을 체험하고, AI가 통화 내용을 요약하고 일정을 제안하는 등 AI 기반 통화 서비스를 살펴보기도 했다.

2023년 8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CEO와 함께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BC 분야의 경쟁력 제고 현 주소도 살폈다.

먼저 LG는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거대 AI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 학습, 판단할 수 있는 AI다.

구 회장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LG는 초거대 AI 분야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 LG AI연구원은 2021년 12월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선보인 지 2년 8개월여 만에 한층 진화한 ‘엑사원(EXAONE) 3.0’을 전격 공개했다.

LG가 이번에 공개한 엑사원 3.0은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잡았다. 최신 엑사원은 이전 모델보다 성능은 56% 높이고, 비용은 72%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학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중 언어(Bilingual) 모델인 엑사원 3.0은 한국어 성능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신약 후보 물질의 단백질 구조 분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는 AI를 활용해 6개월 동안 1000개가 넘는 물질을 검증하며 신약 발굴에 속도를 냈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AI가 고객사 맞춤형 배터리 셀 설계를 지원해 기존에 2주 이상 걸리던 작업을 단 하루로 줄였다.

이렇듯 AI·바이오·클린테크 등에 대한 구 회장의 관심은 절대적이다. 구 회장은 2022년부터 그룹 차원의 AI 연구 허브인 LG AI연구원과 바이오 분야 R&D 중추인 충북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클린테크 관련 기술 연구 거점인 서울 마곡 LG화학 R&D연구소 등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도 약속했다. LG는 올 3월 열린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2028년까지 약 100조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LG의 글로벌 총 투자 규모의 65%와 맞먹는 수치다.

이 중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동력에 국내 투자액의 50%를 투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구 회장은 “지금의 LG는 세계 최고, 최초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해 온 결과물이다”며 “모두가 백색 가전의 한계를 말했지만, 우리는 백색 가전의 성장세 둔화 속에서도 5% 개선이 아닌 30% 혁신 성장을 목표로 글로벌 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1등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철수 이야기까지 있었던 배터리는 세계 최초의 전기차 배터리 양산을 통해 전기차 시대의 변곡점을 만들어냈다”며 “한국에서 불가능할 것이라는 FDA 신약 승인을 최초로 해내며, LG뿐만 아니라 한국 신약 산업 기반을 높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넘어 최고, 최초의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LG의 미래에 기록될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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