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11월 2일 이천 SKMS연구소서 세미나 개최
최태원·최창원 비롯해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 총출동
그룹 리밸런싱·사업 운영 개선 실행 성과 총체적 점검
SKMS 내재화도 속도…내년 중점 추진 과제 선별 논의
SK그룹이 위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고,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그룹 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에 힘을 싣는다. 특히 최근 그룹내 리밸랜싱을 가속화하고 있는 SK는 ‘CEO(최고경영자) 세미나’를 통해 현재까지의 성과를 점검하고, AI·반도체 생태계 확장, 에너지 솔루션 제고, SKMS(SK경영관리시스템) 정신 내재화 방안 등을 중점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사흘 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SK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2024 SK CEO 세미나’를 개최한다.
CEO 세미나는 매년 6월 열리는 ‘경영전략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 내 3대 전략 회의로 꼽히는 비중 있는 행사다.
최 회장을 비롯한 SK 경영진은 이번 CEO 세미나에서 리밸런싱과 사업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 그룹 고유 경영 체계인 SKMS와 수펙스(SUPEX·Super Excellent) 추구 문화 등의 실행 성과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먼저 지난해 말 그룹의 최고 협의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SK수펙스) 수장으로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새로 부임한 이후, SK그룹은 전사적 리밸런싱을 추진중에 있다.
SK는 앞서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분야에 대한 투자와 주주 환원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당시 최 회장은 “‘새로운 트랜지션(전환) 시대’를 맞아 미래 준비 등을 위한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 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면서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가치 사슬)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의 AI 전략에 맞춰,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 간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중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 간 3조4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SK그룹은 강점을 갖고 있는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AI 못지 않은 성장 기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의 발언 이후,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 SK에코플랜트·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에센코어 통합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을 통해 자산 105조원, 매출 88조원 규모의 초거대 에너지 기업이 내달 1일 공식 출범하게 됐다. 합병 회사는 국영 에너지 기업까지 포함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9위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명실상부 ‘아태 지역 톱10 에너지 기업’에 등극하는 것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을 통해 외형적 성장은 물론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구조 개선, 시너지 기반 성장성 확보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리밸런싱을 두고 정부에서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국감)에서 SK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의 리밸런싱에 대해 “전적으로 계열사의 구조조정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그룹들의 구조조정 이슈가 남아있는데 5~10년 내 정리가 안 되면 향후 산업 재편이 어렵다”고 짚었다.
특히 이 원장은 “그룹의 구조조정은 내부 사정을 제일 잘 아는 그룹에서 판단했기 때문에 각 경영진의 의사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며 “구조조정으로 발생 가능한 이익을 주주들에게 적절히 나눠주려는 의도가 있었느냐에 대한 설득 문제에서 SK는 일부 미진한 부분은 있었으나 크게 노력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SK그룹은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원의 FCF(잉여현금흐름)를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는 목표도 설정했다. 운영 개선은 기존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제반 경영 활동이자 경영 전략이다.
SK는 지난해 10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서 올해는 22조원의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전사에 걸쳐 AI, 반도체 등의 밸류체인 역량을 극대화할 경우, 오는 2026년에는 흑자 규모가 40조원대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SK의 중론이다.
SK의 목표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손익·현금흐름 개선, 자산 매각 등 운영 개선이 본격화하면서 그룹 재무구조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미나에서 SKMS 실천 강화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SKMS는 고(故) 최종현 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한 SK의 경영 철학으로, 지난 45년 간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나날이 고도화돼 왔다.
특히 SKMS는 1990년대 IMF 외환 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또 지난 1980년 유공, 1994년 한국이동통신, 2012년 하이닉스 등 인수합병(M&A)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으로도 작용했다.
이에 SK는 이번 세미나에서 그룹의 제2의 도약을 이룰 SKMS 경영 철학을 한층 공고히 다진다는 방침이다.
한편 올 3분기 7조원을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SK하이닉스의 경영 성과를 중점적으로 진단·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 CEO 세미나는 최 회장이 강조해 온 내실 경영을 통한 투자 여력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과 방법론을 도출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며 “그간 추진해 온 리밸런싱과 운영 개선 등을 차분하게 돌아보며 교훈을 공유하는 한편, 올 연말과 2025년 이후 중점 추진 과제를 선별해 치열하게 논의하는 장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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