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스페이스X·윈웹 한국 시장 진출 본격화…스타링크 6월 국내 상용화
통신3사, 글로벌 협력으로 인프라 개발 추진…KT SAT ‘엑스웨이브원’ 선봬
“한국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장기적인 전략과 투자 확대 시급”
한국이 글로벌 저궤도(LEO) 위성통신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TV>
한국이 글로벌 저궤도(LEO) 위성통신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가 오는 6월 국내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과 영국의 원웹도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6G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위성통신 ‘빅3’가 한국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는 형국이다. 이에 대응해 국내 기업들과 정부도 기술 자립과 해외 기업과의 협력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우천으로 연기됐던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의 첫 상용을 위한 위성 재발사를 준비 중이다. 2019년 위성 3236기 구축 계획을 발표한 이후 6년 만의 본격적인 행보다. 아마존은 올해 안에 27기를 먼저 발사하고, FCC(미 연방통신위원회) 규정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전체 계획의 절반인 1618기를 쏘아 올려 1세대 LEO 위성망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아마존의 국내 저궤도 위성 서비스 상용화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5월, 현지 법인 ‘아마존 카이퍼 코리아’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고, 2025년 하반기 중으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이미 아마존보다 한발 앞서 있다. 2019년 첫 위성을 쏘아 올린 이후, 지금까지 7000기 이상을 발사해 스타링크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자체 발사체인 팰컨 로켓을 활용해 대규모 위성 배치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3년 설립한 ‘스타링크코리아’를 통해 현재 정부와의 공급 승인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는 6월 시작 예정이다.
영국의 원웹도 한화시스템과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2021년부터 한화시스템과 윈웹은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으며, 주력 분야는 군사용 저궤도 위성이다. 한화시스템은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지상 통신망이 마비될 상황에 대비해, 원웹의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군 전용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작전 영역에서 끊김 없는 통신을 제공하고, 다영역 동시통합작전(MDO) 수행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원웹의 저궤도 위성망과 육·해·공군의 기존 전술망을 연동한 군 전용 통신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궤도 위성 시장은 단순한 통신 경쟁을 넘어 디지털 주권과 군사 안보까지 영향을 미치는 국가 전략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은 2023년 126억 달러에서 2029년 23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13%라는 빠른 성장세다. 특히 분단국가인 한국은 지형적 특성상 재난 대응·산불·해상 사고·군사 작전 등에서 안정적인 통신 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위성통신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자체 위성통신망 구축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에 국내 통신사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확보와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KT의 자회사 KT SAT는 지난 2월, 정지궤도(GEO)와 저궤도(LEO) 위성을 결합한 통신 솔루션 ‘엑스웨이브원(X-Wave One)’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정지궤도의 안정성과 저궤도의 고속·저지연 특성을 활용해 해양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통신 환경을 제공한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는 2023년 9월 스타링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LG유플러스는 별도 법인 없이 스타링크와 직접 협력하며 대응에 나섰다. 한화시스템은 민간과 군을 아우르는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 중이며, 2023년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위성 간 레이저 통신(ISL)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정부도 저궤도(LEO) 위성의 전략적 중요성에 발맞춰, 글로벌 위성통신의 국내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했으며, 위성 간 전파 혼간섭을 감시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LEO 위성은 단순한 통신을 넘어, 재난 대응과 군사 작전 등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큰 활용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6G 저궤도 위성통신용 측정표준 개발 과정 <출처=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이와 함께 정부의 국내 기술 자립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아직 스타링크나 아마존 위성 등 해외 기업에 견줄 만큼의 자체 기술 개발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기술 자립을 뒷받침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도 글로벌 위성 기술이 높은 비용과 제한된 속도 등의 이유로 국내 통신 시장에 당장은 위협적이지 않을 수 있어도, 스마트폰에 직접 연결되는 ‘다이렉트 투 셀(Direct to Cell, DTC)’ 기술처럼 위성통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경우, 기존 통신사들과의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수 있기에 자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외국 위성통신 기업의 국내 진출에 대응해 독자적인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3200억원을 투입해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발사하고 시범망을 구축하는 R&D 사업이 진행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6조3214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편성했으며, 이 중 6G 기술에는 103억원,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에는 203억5000만원이 신규 투자된다.
또한 6G 위성통신 성능 검증을 위한 표준도 마련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이달 6G 저궤도 위성의 통신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측정 기준을 개발했다. 6G는 5G 대비 수십 배 빠른 속도를 구현하며, 지상 기지국 중심의 2차원 네트워크에서 200~2000km 고도의 위성망까지 확장되는 3차원 통신 환경을 목표로 한다.
한편, 일각에선 한국의 위성통신망 구축을 위한 지원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페이스X는 이미 약 7000기의 위성을 발사했으며, 향후 최대 4만2000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마존 역시 2029년까지 3200기를 띄우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은 2030년까지 고작 2기 발사를 계획하고 있어 실질적인 통신망을 갖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위성 수량만 놓고 보면 한국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수천 기 규모로 위성망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도 장기적인 전략과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적인 확대뿐 아니라 위성 기술력과 운용 역량도 함께 키워야 실질적인 경쟁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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