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역대급 실적·주가에도 웃지 못한다… 대선정국, ‘CEO 리스크’ 우려

시간 입력 2025-05-09 17:48:33 시간 수정 2025-05-09 20: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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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호실적·주가 상승·경쟁사 반사이익까지 ‘겹호재’
조기 대선, ‘CEO 리스크’ 재연 우려…취약한 지배구조가 원인
경영전략, 구성원 교체 ‘출혈’…경영공백, 사업 연속성 훼손 지적

KT가 꾸준한 주가 상승과 호실적, 경쟁사의 악재로 인한 반사이익까지 누리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한 AI 사업 확장도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역대 최고수준의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조기 대선정국과 맞물려, 과거 정권교체때 마다 반복돼 온 ‘CEO 리스크’가 큰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KT의 새 수장으로 기용된 김영섭 KT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KT는 9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8451억원, 영업이익 6888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통신 및 AICT(AI+ICT) 등 핵심 사업의 성장과 일회성 부동산 분양 이익 일부 반영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0% 증가했다.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이다. 연초인 1월 2일 4만3950원이던 주가는 5월 9일 종가 기준 5만1500원으로 17.2%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7.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경쟁사인 SKT의 유심 해킹 사태로 반사효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SK텔레콤 서버 해킹 사태 이후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지난 7일까지 KT로 이동한 가입자가 14만8010명에 달한다.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AI 사업 역시 순항중이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AICT 컴퍼니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3월 AI 전환(AX) 전문 딜리버리 조직 ‘AXD’를 출범해 산업별 맞춤형 컨설팅 및 AX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MS와 공동 개발 중인 한국형 AI 모델과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Secure Public Cloud)는 2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 팔란티어와도 손잡고 KT의 클라우드·네트워크 인프라에 팔란티어의 AI 솔루션을 결합,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김영섭 KT 대표. <출처=KT>
김영섭 KT 대표. <출처=KT>

KT가 이처럼 역대급의 호실적에 겹호재까지 맞고 있지만, 최근 KT 내부에서는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한 ‘CEO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정치외압에 의한 경영공백, 사업의 연속성 훼손 등 구태가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T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 했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수사 대상에 오르거나 불명예 은퇴하는 ‘CEO 잔혹사’를 반복해왔다. 민영화 후 초대 CEO인 이용경 전 대표(2002~2005)를 제외한 남중수(2005~2008), 이석채(2009~2013), 황창규(2014~2020), 구현모(2020~2023) 등 전 대표 모두 임기 전후에 송사에 휘둘리면서 고충을 겪었다. 특히 검찰 및 경찰 수사가 정권 교체 후 6개월 이내에 시작돼 ‘찍어내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 마다 공교롭게도 리스크가 재연되면서, 황창규 전 대표를 제외한 KT CEO 대부분이 연임에 실패했다. 직전 대표인 구현모 전 대표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연임을 시도하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를 받으며 결국 연임을 중도 포기했다. 박근혜 정부 때 취임한 황 전 대표가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하며 6년을 채웠지만,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 등으로 시달렸다.

정권 교체기 마다 CEO 리스크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KT의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꼽히고 있다. 소유분산기업인 KT는 현대차그룹(8.07%), 국민연금(7.67%), 신한은행(5.66%) 등이 주요 주주로 있지만, 현대차와 신한은행은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투자자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KT는 민간 기업이면서도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며,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매번 CEO가 교체되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특히 KT는 이같은 이유로 매번 CEO가 교체될 때 마다, 주요 경영전략은 물론 인적 구성원들이 뒤바뀌면서 추진 동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영섭 현 대표도 취임 이후, 역대급의 실적과 AI 중심의 경영전략으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모드로 정치지형이 뒤틀리면서, 과거처럼 CEO 리스크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현재 좋은 실적과 사업 확장으로 순항하고 있지만, 정권 교체에 따른 CEO 리스크는 큰 과제가 되고 있다”며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경영공백이나 사업 연속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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