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기로 선 현대차…무뇨스 사장 美 관세 대응 ‘시험대’

시간 입력 2025-06-04 17:45:00 시간 수정 2025-06-04 17: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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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인상 가능성…현지 생산 비중 낮아 압박 커
시장 동향·정책 추이 등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접근
모델별 가격 탄력성 고려… 상승률에 차등 둘 수도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진행된 제57기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미국 판매 가격 인상의 기로에 서면서 호세 무뇨스 사장의 관세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비축해 둔 비관세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며 미국 판매 가격 동결 시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앞으로 취할 가격 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시장 동향과 관세 정책의 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해 판매 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이달 중 비관세 재고를 모두 소진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3일 발효한 수입산 자동차 25% 관세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된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집계를 보면 지난 4월 초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재고 소진 일수는 각각 94일과 62일로 나타났다. 당초 현대차가 지난 2일까지 미국 권장소매가격(MSRP)을 동결한다는 방침을 밝혔던 것도 이러한 현지 재고를 활용해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후 두 달여의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방파제 역할을 해줬던 재고가 소진되면서 관세 충격파를 직접 받게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교보증권은 “현대차가 관세로 부담해야 할 돈은 6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5%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분석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재고가 빠른 속도로 소진되는 상황이라 가격을 올릴 시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며 “한국에서 수출하는 일부 차종은 한계 원가 미만으로 내려가게 돼 판매 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낮은 현지 생산 비중은 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 물량이 많을수록 관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 중 수입 물량 비중은 65%로, 폭스바겐그룹(8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63%), 르노·닛산·미쓰비시(53%), BMW(52%), 도요타(51%), 혼다(35%) 등 순이다.

다만 급격한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보다는 업계 동향과 시장 반응, 정책 추이 등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적인 수익 방어에 집중하다가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 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펼치고 있는 관세 정책의 높은 변동성도 무뇨스 사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으로 지목된다.

현대차·기아 외에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에선 미국 포드가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앞서 포드는 미국 현지 딜러들에게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머스탱 마하-E, 매버릭, 브롱코 스포츠 등 3개 차종에 대한 가격 인상 방침을 통보했다. 가격 인상 폭은 최대 2000달러(약 280만원)다.

포드에 이어 일본 스바루가 일부 신차 모델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모델별 상이한 가격 탄력성을 고려해 상승률에 차등을 둘 것으로 보인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장”이라고 언급하며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무뇨스 사장은 또 “엔트리 레벨의 가격이 3000~4000달러(한화 약 429만~571만원)씩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시장의) 고객들은 가격에 매우 민감해서 가격을 그렇게 올리면 차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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