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원 4만명 아래로…기아 노조 가입률 75.1%
현대차 “대규모 정년퇴직 여파”…정년 연장 안건 무게↑
노조, 정년 연장 더해 숙련재고용자에 조합원 자격 요구

국내 완성차 업계를 주도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노동조합 가입자 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대규모 정년퇴직으로 발생하는 빈자리를 신규 가입자가 채워주지 못하는 탓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정년 연장을 쟁취하기 위해 사활을 걸 전망이다.
4일 ‘2025 현대자동차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현대차의 노조 가입인원 수는 2022년 4만2296명, 2023년 4만985명, 2024년 3만9662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2년 새 2600명이 넘는 노조원이 줄어든 것이다. 국내 최대 단일 사업장 노조인 현대차 노조원 수가 4만명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현대차 노조 가입 비율은 2022년 94.9%에서 2023년 95.1%로 늘었다가 2024년 93.9%로 다시 감소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단체협약에 근거한 조합원 가입 대상 인원 수를 산정했다. 현대차가 노조 가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근로자를 포함해 산정했던 ‘2024 현대자동차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기준으로 한 노조 가입률은 2021년 66.3%, 2022년 63.1%, 2023년 59.9%를 기록하며 60% 선이 무너졌다.
기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아의 2025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MOVE’를 보면 노조 가입 인원은 2022년 2만8226명, 2023년 2만7487명, 2024년 2만6852명으로 2년 연속 줄었다. 같은 기간 노조 가입률도 78.7%, 76.9%, 75.1%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기아는 전체 근로자 수 기준으로 노조 가입률을 계산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노조원이 나란히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정년퇴직 때문이다. 현대차 생산직에서만 매년 2000명이 넘는 정년퇴직자가 발생하지만, 신규 채용은 많지 않다. 현대차가 2023년 기술직(생산직) 신입사원을 채용한 것이 10년 만의 일로 화제가 됐을 정도다. 현대차의 생산직 채용 규모는 연간 400~800명 수준이다. 현대차는 울산 전기차(EV) 전용 공장 완공 등을 고려해 올해 800명, 내년 300명의 생산직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사측도 정년퇴직자 증가로 노조 가입자가 자연스럽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정년퇴직 예정자 수는 1만375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 전 직원 수(7만5137명) 대비 18.3%에 해당한다. 전 직원의 20%에 달하는 인원이 향후 5년 안에 정년퇴직을 앞둔 것이다. 해마다 임단협 교섭 테이블에 오르는 정년 연장 안건이 올해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정년 연장을 관철하기 위해 강경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는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정년 연장을 이끌기 위한 포석으로 기존 35년까지이던 장기근속자 포상 기준에 40년 근속을 신설하는 안도 마련했다.
정년 연장과 연동해 숙련재고용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숙련재고용자는 정년퇴직 후 다시 계약직으로 고용된 직원이다. 1년+1년 계약으로 총 2년을 보장하되 임금은 신입사원 수준으로 지급한다.
노조가 강력히 요구하는 정년 연장이 주 4.5일제 도입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주요 공약 중 하나라는 점은 변수다. 이 때문에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노조의 주장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 사측은 정년 연장이 아닌 현재 운영 중인 숙련재고용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정년 연장 등을 추진하며 숫자 방어에 나서고 있다”며 “고용 안정을 위한 입장은 이해하지만, 자칫 간부급과 젊은 조합원 간 견해 차이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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