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M과 신차 5종 개발…‘트럼프 파고’ 함께 넘는다

시간 입력 2025-08-07 17:45:00 시간 수정 2025-08-07 17: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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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승용·SUV·전기 상용 밴 등 차세대 차량 개발
2028년 출시 목표…연 80만대 이상 생산·판매 전망
작년 9월 포괄적 협력 MOU 체결 이후 1년 만의 발표
“한미 관세 협상과는 관계 없어”…소재·운송 등 협력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왼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3위 완성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과 4위 제너럴모터스(GM)그룹이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등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7일 GM과 차량 5종을 공동 개발해 오는 2028년 출시한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현대차와 GM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중남미 시장용 중형 픽업·소형 픽업·소형 승용·소형 SUV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5종의 차세대 차량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공동 개발 과정에서 GM은 중형 픽업트럭 플랫폼 개발을, 현대차는 소형 차종과 전기 상용 밴 플랫폼 개발을 각각 주도하게 된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전기차 기술력과 GM의 픽업 제조 노하우 등 강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양사는 공통의 차량 플랫폼을 공유하고, 각 브랜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내외장을 개발한다. 공동 개발 차량의 양산이 본격화하면 연간 80만대 이상을 생산·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은 차체와 파워트레인 등 차량의 하드웨어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완성차 업체의 기술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그만큼 경쟁사 간 플랫폼 공유는 전 세계를 통틀어 이례적인 편이다. 현대차가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공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차량 5종 개발을 포함한 협업 비용은 현대차와 GM이 공동으로 부담한다. 세부적인 자금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사는 이번 협업을 통해 플랫폼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이고 장기적인 재정적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와 GM은 “5종의 신차 개발 비용을 공동 분담함으로써 플랫폼 비용을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급망과 물류 분야에서도 상당한 효율이 있을 것이고, 모두에게 장기적인 재정적 이익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GM이 차량 5종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한 건 지난해 9월 양사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지 1년여 만이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를 만나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차와 GM은 글로벌 주요 시장 및 차량 세그먼트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가 보유한 전문성과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성을 향상시켜 고객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올해 초 구체적인 협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더 많은 종류의 차량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발표가 늦어졌다고 현대차와 GM 측은 전했다. 다만 협업 계획 발표가 늦어진 것이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9을 작업자가 최종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와 GM은 2028년 출시를 목표로 중남미 시장용 신차를 위한 디자인·엔지니어링 관련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2028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전기 상용 밴을 생산할 예정이다. 북미와 남미에서 소재·운송·물류에 관한 공동 소싱 이니셔티브 추진과 함께 원자재·부품·복합 시스템 등 영역에서의 협력도 고려 중이다.

이 밖에도 지속가능한 제조 방식(Sustainable Manufacturing Practices) 실현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소저감 강판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 지속가능한 제조 방식은 친환경 소재 활용,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등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자원 고갈을 최소화하는 제조 방식을 의미한다.

현대차와 GM은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에 기반해 글로벌 시장을 위한 추가 공동 차량 개발 프로그램과 내연기관·하이브리드·배터리 전기차·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시스템 전반에 걸친 협업과 관련해 세부 검토를 지속할 방침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GM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다양한 세그먼트 영역과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더 나은 가치와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미·남미 시장에서의 양사 간 협력을 바탕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아름다운 디자인, 고품질, 안전 지향의 차량과 만족할 만한 기술 등을 더욱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의 글로벌 구매 및 공급망 부문 최고 책임자인 실판 아민 수석 부사장은 “오늘 발표된 차량은 중남미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그먼트와 북미 시장의 상용차 부문을 타겟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GM과 현대차는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보다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공동 개발하는 첫 번째 차량은 양사가 보유한 상호 보완적 강점과 스케일의 시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과 GM의 이번 협력은 글로벌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적 밀월관계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665만7000대를 판매해 도요타그룹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글로벌 3위에 올랐다. GM그룹은 4위(548만4000대)로 뒤를 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25% 자동차 관세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현대차그룹으로선 관세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의 협력이 비용 절감뿐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합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미국산 물량이 늘면 관세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현대차·기아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에서 본 손실액은 1조6142억원에 달한다. 관세로 인한 현대차의 영업이익 감소분은 8282억원, 기아는 786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했고, 기아는 24.1% 줄었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6% 쪼그라들었다.

미국의 대(對)한국 자동차 관세의 경우 지난달 31일 한미 무역협상 합의를 통해 현행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으로 합의됐으나, 아직 적용 시점은 불분명하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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