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택 CPO 1년 3개월 만에 사임…반복되는 ‘회피형 퇴진’
노조 “경영실패 원인 규명·내부 소통 없이 경영진만 교체”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해 카카오톡 개편 논란을 주도했던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가 합류 1년 3개월 만에 회사를 떠나면서, 카카오 공동체에 반복돼 온 ‘경영 실패→경영진 교체’ 기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실패한 의사결정의 원인을 규명하거나 재발 방지 체계를 마련하기보다, 책임자만 조용히 물러나는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퇴사한 홍 CPO는 토스뱅크 대표를 지낸 뒤 지난해 2월 카카오에 합류해 ‘빅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개편을 이끌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카카오는 첫 화면인 ‘친구’ 탭에 격자형 피드를 도입하고 지인 게시물과 소식 노출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메신저 본질이 약해졌다”는 반발이 거셌고, 결국 카카오는 같은해 12월 기존 목록형 친구탭을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개편 방향을 일부 되돌렸다. 홍 CPO는 지난달 31일부로 회사와 합의해 계약을 종료했다.
카카오 측은 본인 의사에 따른 합의 퇴사라는 입장이지만, 회사는 공백이 된 CPO 자리에 후임을 두지 않고 제품 조직을 서비스와 비즈니스 영역으로 이원화하는 조직 개편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편 논란의 원인을 짚거나 후속 책임 구조를 세우는 절차는 확인되지 않는다.
카카오에서 이 같은 방식의 퇴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앞서 지난 2023년 5월 클라우드 중심 재편과 비핵심사업 철수·매각·양도 방침을 밝히며 사임했다. 사임 하루 전까지 외부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식 활동을 이어갔던 만큼, 실적 부진과 투자 유치 실패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백 전 대표가 사임 후 고문직을 부여 받으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은 피하고 이득만 취한다는 내부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노조는 “사과 한마디 없이 고문으로 재계약해 다시 급여를 받고 있다”며 계약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출처=카카오>
포털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뒤 업스테이지에 넘기는 과정에서도 책임 논란은 반복됐다.
카카오가 다음 사업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재편한 뒤 AXZ로 독립시킬 당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원한다면 다음 담당 직원 전원이 카카오에 잔류하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업스테이지와 주식교환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밟았다. 특히 양주일 AXZ 대표는 올해 업스테이지가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 약 일주일 만에 퇴사 했다.
현재 진행 중인 디케이테크인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이원주 디케이테크인 대표는 올해 3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신임 대표로 선임되며 두 회사를 겸직하고 있다. 그러나 디케이테크인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이 대표는 경영 전면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경영진이 교섭 참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올해 임금협상이 지난 4월 30일 최종 결렬됐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경영 실패 이후 책임자는 교체됐지만,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의사결정·검증 체계를 손보거나 그 부담을 떠안은 내부 구성원과 소통하는 절차가 사실상 생략됐다는 점이다.
카카오 노조는 이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리더십 아래에서 무리한 프로젝트와 조직개편이 반복됐고, 현장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고용불안, 평가 불신과 조직 혼란을 감당해야 했다”며 “문제를 일으킨 임원들 상당수가 충분한 설명과 책임 없이 회사를 떠난다는 점은 카카오의 인사 시스템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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