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RSU 갈등에 고용 불안”… 카카오 노조,10일 첫 본사 파업 예고
계열사 30% 정리·잇단 구조조정…경영진 책임론과 지배구조 혼선 확대
‘카나나’ AI 전환 시험대…내부 균열 장기화 시 성장 동력 흔들릴 우려도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카카오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국면에 진입한다. 파업 예고 시점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성과 보상 체계와 고용 안정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여기에 경영진 교체와 지배구조 혼선, 인공지능(AI) 전환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노사 대치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복합 위기’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 창사 첫 본사 파업 현실화…5개 법인 공동 부분파업
카카오 노동조합(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은 오는 6월 10일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에서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참여 법인은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로, 쟁의권을 확보한 계열사들이 본사와 함께 공동행동에 나서는 형태다. 노조는 “전면 파업이 아닌 부분파업으로 시작해 교섭 상황에 따라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임금 및 성과급 협상이 결렬되면서 현실화됐다. 카카오 노사는 지난달 18일 1차,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회의까지 진행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노조가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5개 법인 모두 파업안이 가결되며, 카카오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본사 파업’이라는 상황을 맞게 됐다.
노사 갈등의 표면적인 쟁점은 성과급과 임금 인상 등 보상 체계다. 노조는 지난해 실적 개선을 근거로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보상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영업이익의 10.1%를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장기 보상 체계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산입 여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근속 1년 차 직원에게 매년 약 500만원 상당의 RSU를 지급해 왔다. 사측은 이를 성과급 재원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RSU와 성과급은 별도로 봐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사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노조가 요구하는 보상 규모는 영업이익 대비 과도한 수준으로,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주주 가치 제고를 고려할 때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카카오, 1년 반 만에 계열사 30% 정리…구조조정 속 ‘외형 축소’
다만 노조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보상 갈등’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반복된 사업 구조조정과 경영 판단에 따른 조직 변화가 누적되면서 고용 불안이 커졌고, 그 과정에서 경영진과 구성원 간 보상 격차가 확대된 점이 근본적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가 고용 안정을 핵심 요구로 내세우는 배경에는 카카오 그룹 전반으로 확산된 구조조정 기류가 자리 잡고 있다. 카카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 수는 2024년 3월 132개에서 2025년 말 기준 94개로 감소했다. 약 1년 반 사이 전체 계열사의 약 30%가 정리되며 외형 축소가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노조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에서 진행 중인 희망퇴직과 전환배치에 강력히 반발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엑스엘게임즈는 2013년 ‘아키에이지’ 흥행 이후 한때 주목받았으나 최근에는 신작 성과 부진과 개발비 증가로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해 매출 311억원, 영업손실 242억원, 순손실 25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된 상태다.
노조는 “고용 안정을 골자로 한 기존 노사 상생 합의를 회사가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며 “희망퇴직을 넘어 정리해고에 준하는 강제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파업 투쟁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12일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진채연 기자>
◆ 무리한 카톡 개편이 부른 악수…카카오 노조, 홍 CPO 퇴사에 “책임 없는 퇴장” 지적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최근 홍민택 전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합류 1년 3개월 만에 회사를 떠나면서 경영진 책임론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홍 전 CPO는 지난해 2월 카카오에 합류해 ‘빅뱅 프로젝트’로 불린 카카오톡 개편을 주도했지만, 출시 15년 만에 단행된 대규모 개편은 이용자 반발을 낳으며 사실상 실패로 평가됐다. 이후 책임 논란 속에 그는 지난달 말 회사와 합의 하에 물러났다.
노조는 이를 두고 “책임 없는 퇴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 발생 이후 명확한 설명이나 사과 없이 경영진이 교체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책임 이후 교체’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내부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노조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백상엽 전 대표 시절 대규모 투자와 사업 확장 이후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며 경영 위기를 겪었고, 이후 이경진, 이원주 대표로 경영진이 교체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이 반복되며 고용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포털 ‘다음’ 사업 분리 과정에서도 매각 가능성을 부인했던 기존 입장과 달리 실제 매각 절차가 진행되면서 신뢰 문제가 제기됐고,양주일 AXZ 대표 역시 인수 본계약 체결 약 일주일 만에 퇴사하면서 책임 논란에 불을 지폈다.
디케이테크인 사례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지목된다. 이원주 대표는 올해 3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로 선임되며 두 회사를 겸직하고 있으나, 디케이테크인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영 전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오치문 카카오지회 부지회장은 “사업 실패의 책임은 경영진이 지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은 결국 노동자들이 감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다음 사업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재편한 뒤 별도 법인 AXZ로 분리했고, 이후 업스테이지와의 주식 교환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 ‘카나나’ 앞세운 에이전틱 AI 전환…갈등 봉합이 ‘AI 골든타임’ 분수령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카카오가 내부 갈등, 무리한 카카오톡 개편 실패 등 악재가 겹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인 AI(인공지능) 경쟁력마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AI 대전환기에는 조직의 안정성과 핵심 인재 확보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만큼, 지금과 같은 내부 혼선이 장기화될 경우 미래 전략의 실행력 자체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는 자체 AI 브랜드 ‘카나나(Kanana)’를 필두로 ‘에이전틱 AI’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역시 “기존 사업의 구조적 성장 흐름을 기반으로, 메신저를 넘어 5000만 이용자가 사용하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며 중장기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카카오 AI 성공의 관건은 현재의 내부 갈등을 얼마나 신속하게 봉합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사 갈등과 조직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AI 대전환이라는 중대한 기로에서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카카오 측은 “노조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며, 주주와 파트너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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