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 ‘근로자성’ 인정 ‘후폭풍’…플랫폼 업계 “배달비 인상, 서비스 축소 불가피”

시간 입력 2026-07-09 17:43:12 시간 수정 2026-07-09 17: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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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알고리즘 통한 실질적 지휘·감독 인정…플랫폼 업계, 수익모델 재설계 우려도
노동계 ‘근로자성’ 제도화 촉구 속 입법 논쟁 본격화…글로벌 규제 흐름과 궤 같이해

서울고법 민사38-1부는 최근 라이더유니온 지부 조합원 A씨가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출처=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이 배달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플랫폼 노동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별 분쟁을 넘어 배달 플랫폼의 수익모델, 노동 규제, 입법 방향까지 동시에 흔드는 분기점이라는 평가다.

서울고법 민사38-1부는 최근 라이더유니온 지부 조합원 A씨가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플랫폼 운영 시스템이 사실상 ‘지휘·감독’ 기능을 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배차와 보수 산정 구조, 업무 관리 방식 등 플랫폼의 통제 구조를 종속성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실제 해당 업체는 관리자 프로그램을 통해 출퇴근과 휴식 여부를 관리하고, 결근 시 사유 보고를 요구하거나 전화·문자로 출근을 독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배차 취소에 따른 페널티를 부과, 복장 규정 통제 등 업무 전반에 걸친 정황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운영 방식이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확정되거나 유사 판례로 확산될 경우 배달 플랫폼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라이더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4대 보험, 최저임금, 퇴직금, 유급휴가 등 근로기준법과 사회보험 관련 의무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라이더를 제휴사업자나 특수고용 형태로 운영하며 변동비 중심의 구조를 유지해온 플랫폼 기업으로서는 고정비 증가와 함께 수익모델 재설계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화 논의 필요성도 언급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노동자 추정제 도입과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 추정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우선 노동자로 보고, 사용자가 이를 반박하도록 하는 제도다. 계약 형식과 실제 노동 형태간 괴리가 큰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고려한 권리 보호 장치로 논의돼 왔다.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만으로는 플랫폼 노동을 충분히 포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지속 제기된다.

지난달 17일 진행된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입법토론회 현장. <출처=이용우 의원실>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미 수수료 인하 압박과 배달비 논쟁, 안전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구조에서 근로자성이 광범위하게 인정되면 요금 인상이나 서비스 축소 외에는 대응 수단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의 영향이 배달을 넘어 대리운전, 퀵서비스, 프리랜서 플랫폼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속도와 범위는 향후 유사 판례의 축적과 입법 방향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대법원은 2021년 우버 운전자를 ‘워커(worker)’로 인정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추정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별 분쟁을 넘어, 플랫폼 경제의 ‘유연성’과 ‘보호’ 사이 균형을 다시 설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입법과 정책 설계에 따라 플랫폼 경제의 구조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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