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규제 대신 ‘정보 공개’로 플랫폼 압박…EU 이어 국내도 알고리즘 투명성 강화 추세
동반성장평가 ‘성적표’ 공개로 낙인 효과…소비자·입점업체 이탈 부담에 플랫폼들 긴장
정부와 여당이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와 정산 주기, 노출 알고리즘 투명성 등을 평가해 외부에 공개하는 ‘상생협력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앱 빅2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수수료 상한제나 법적 처벌 같은 직격탄은 피했지만, 기업 평가 순위와 정보 공개에 따른 '브랜드 평판 리스크'가 공식화되면서, 플랫폼 업계로서는 자율적인 수수료 인하와 마케팅·영업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 하게 됐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배달 앱과 오픈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을 ‘동반성장평가’ 대상에 포함하고, 중기부가 플랫폼별 수수료·정산 기간·거래 조건·노출 알고리즘 공개 여부·입점 업체 데이터 제공 수준 등을 조사해 공개하는 것이다.
그간 자영업자 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법적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돼 왔다. 그러나 수수료율을 직접 통제할 경우 플랫폼 업계의 강한 반발은 물론, 소비자의 배달비 팁 전가나 무료배달 혜택 축소 등 또 다른 ‘풍선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가격을 직접 틀어쥐는 대신 중기부를 통해 상생협력법을 개정하고, 배달 앱을 ‘동반성장평가’ 대상에 포함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수수료율뿐만 아니라 깜깜이였던 광고·상품 노출 알고리즘과 정산 기한까지 수치화해 시장에 공개함으로써, 기업의 브랜드 평판을 고리로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이른바 ‘넛지(Nudge)’형 정책이다.
배달업계선 직접적인 가격 통제와 처벌 규제는 피했으나, 기업 평가 순위와 정산·알고리즘 공개 압박이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배달 앱 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상생 미흡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입점업체 이탈은 물론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플랫폼들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그동안 핵심 영업비밀로 여겨졌던 노출 알고리즘과 데이터 공유 수준까지 공개 대상에 포함되면서, 플랫폼 고유의 마케팅 알고리즘 노하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내부 불안감도 감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고리즘이나 수수료 배분 현황 같은 정보가 공개 범위에 들어가게 되면 각 사의 사업 전략이 모두 노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상공인에겐 수수료율 및 정산 주기가 투명해지면서 수수료 부담 비교가 용이해지고 협상력이 일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플랫폼별로 제각각이던 중개수수료율과 정산 주기가 한눈에 비교되면 플랫폼을 선택하거나 협상할 때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어서다.
한편, EU와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플랫폼 법률 제정을 완료하고 주요 기준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상품 노출순위 결정기준은 플랫폼 입점업체의 매출액을 좌우하는 핵심 거래조건인 만큼 추천 및 검색 알고리즘의 주요 결정 요소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제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일본의 ‘디지털 플랫폼 거래 투명화법’ 역시 검색·노출 기준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는 이번 개정안이 과연 실질적인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지, 혹은 형식적인 평가는 물론 플랫폼 시장의 또 다른 규제 허들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규제보다는 동반성장 평가, 인센티브 등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 소상공인의 자발적 상생협력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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