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사업 대거 손절”…네이버·카카오, ‘슬림화·AI’로 판 바꾼다

시간 입력 2026-09-13 07:00:00 시간 수정 2026-09-11 16: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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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바이브·네이버TV 종료…클립·치지직으로 재편
카카오, 카카오TV·친구톡 정리…계열사 147→92개로 슬림화
AI 패러다임 전환…지배구조 개편까지 ‘생존형 최적화’ 가속

네이버는 2018년 출시한 자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VIBE)’를 오는 12월 31일부로 공식 종료할 예정이다. <출처=네이버>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 하는 종합 플랫폼’ 전략을 폐기하고 고강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수익성이 낮거나 사내외에서 기능이 중복되는 비핵심 서비스를 잇달아 털어내는 대신, 미래 핵심 먹거리인 인공지능(AI)과 본업 경쟁력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8년 출시한 자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VIBE)’를 오는 12월 31일부로 공식 종료할 예정이다. 신규 가입과 정기 결제는 11월 27일부터 마감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음원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바이브 사용성이 감소해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졌다”며 “이에 서비스 제공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와이즈앱 라테일에 따르면 바이브는 2024년 6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약 92만명에서 지난해 6월 79만명으로 줄었고, 올해 6월 기준 60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유튜브 뮤직(949만명), 스포티파이(622만명), 멜론(593만명) 등 선두권과의 격차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지자 지속적인 음원 사용료 및 마케팅 비용 지출을 중단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TV’ 역시 오는 9월 30일부로 14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다. 9월 3일부터 신규 가입과 채널 개설을 차단했으며, 9월 10일부터는 전용 프로필을 숏폼 플랫폼 ‘클립(Clip)’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네이버TV의 종료는 라이브 스트리밍 전문 플랫폼 ‘치지직’과 숏폼 ‘클립’의 급성장에 따른 필연적 수순으로 보인다. 치지직이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중계와 대규모 스트리머 트래픽을 흡수하고, 클립이 일상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안착하면서 네이버TV의 존재 이유가 희석됐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지난해 6월, 과거 10년간 소상공인의 온라인 웹 제작을 도왔던 '모두(modoo!)‘ 서비스도 종료되며 레거시 기능 정리를 끝냈다.

네이버는 이 같은 비수익 사업 정리를 발판 삼아 자원을 AI 인프라와 기업간거래(B2B)로 결집하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네이버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95곳으로, 2023년 말(103곳) 대비 감소했다. 2024년 82곳까지 줄였다가 해외 확장 과정에서 일부 늘어났으나 전반적인 효율화 기조는 뚜렷하다. 네이버는 덜어낸 공간에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생태계, 소버린 AI 기반 글로벌 솔루션 수출, 클라우드 인프라 등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을 채워 넣고 있다.

카카오는 11년간 운영했던 동영상 플랫폼 ‘카카오TV’를 지난 6월 최종 종료했다. 사진은 카카오TV 서비스 접속 시 뜨는 화면. <출처=카카오TV 앱 화면 갈무리>

카카오 역시 비핵심 서비스의 과감한 정리와 고강도 계열사 슬림화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11년간 운영했던 동영상 플랫폼 ‘카카오TV’를 지난 6월 최종 종료했다. 글로벌 OTT와의 경쟁 속에서 성장 한계를 인정하고 댓글·라이브 기능 축소를 거쳐 서비스를 완전히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기업용 마케팅 메시지 채널이었던 ‘친구톡’을 마무리하고 카카오톡 비즈니스 솔루션을 ‘브랜드 메시지’ 체제로 일원화해 수익성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포털 다음(Daum) 내부에서 직접 제공하던 웹툰 탭 서비스 역시 정리해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 등 전용 플랫폼으로 이용자 접점을 일원화했다.

정점 당시 140여개를 웃돌던 카카오의 연결 계열사는 비핵심 법인 통폐합과 매각을 거치며 두 자릿수로 대폭 줄어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2023년 5월 147개에서 2026년 8월 92개로 55개(37.4%) 줄었다. 3년여 만에 기업집단 소속 회사 10곳 중 약 4곳이 정리된 셈이다.

카카오의 지향점은 ‘카카오톡 본연의 메신저 지배력’에 안착하는 실용적 대화형 AI 서비스다. 방대한 외부 서비스 확장을 걷어내고, 국민 대다수가 머무는 카카오톡 대화창 안에서 초개인화 AI 에이전트와 맞춤형 상거래·광고를 구현해 즉각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기존 법인을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 분할하는 안을 결의하며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 중심의 AI 사업을, 카카오X는 테크핀, 콘텐츠, 모빌리티 등 기존 핵심 사업 관리와 신규 투자를 담당하게 된다. 이번 인적분할은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 1일에 완료될 예정이다.

양사가 이처럼 서비스 쇄신에 나선 배경에는 ‘AI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생존 과제가 놓여 있다. 실제로 서비스나우(ServiceNow)가 쏘트랩(ThoughtLab)과 공동으로 실시한 ‘2026 엔터프라이즈 AI 성숙도 지수’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평균 AI 지출은 전년 대비 120% 증가했으며, 이는 아태지역 평균 116%와 글로벌 평균 110%를 상회했다. 국내 조직의 절반 이상(52%)은 이미 에이전틱 AI를 도입하고 있으며, IT 예산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6년 14.6%에서 2027년 19.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서비스를 줄이는 게 아니라, AI와 데이터 기반 수익화를 증명할 수 있는 사업만 남기는 ‘생존형 포트폴리오 최적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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