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6246억, 티빙은 3000만…기업마다 다른 규제 온도차에 신뢰 무너져
징벌적 과징금 소급 적용 안 돼…“제도적 공백, 집단소송제·징벌배상 도입 시급”
조정훈 의원 “국감에서 티빙 대표 증인채택…늑장신고·부실보상 따지겠다”
약 400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의 부실한 보상안과 사후 대처를 두고 피해자와 소비자단체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바꿀 수 없는 고유 식별값(CI)과 암호화 키까지 유출됐음에도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쿠폰 몇 장’ 수준의 보상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과거 쿠팡 사태 당시 정부와 정치권이 총공세를 펼쳤던 것과 달리, 이번 참사에는 유독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토종 OTT 봐주기’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실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티빙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피해 이용자들과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정길호 소비자와 함께 대표 등 소비자 권익 전문가들이 참석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티빙은 지난 5월 발생한 유출 사고 이후 피해 고객 보상안으로 △피해 회원 대상 5000원 상당의 티빙 포인트 △엔터테인먼트 쿠폰(웨이브 광고형 1개월 이용권, CGV 콤보 5000원 할인권 중 택 1) △3개월간 프리미엄급 시청 환경 제공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사이버 금융사기와 인터넷 쇼핑몰 사기 등을 최대 300만원 한도로 보장하는 1년 만기 ‘해킹·피싱 안심보험’도 내 놓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대규모 정보 유출이라는 중대 과실에 비해 기업이 제시한 보상과 이용자가 체감하는 구제책 사이의 간극이 지나치게 크다고 성토했다.
보상 신청 기간이 추석을 포함해 약 3주(9월 7일~30일)에 불과하고, 피해자가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신청해야만 지급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탈퇴 회원은 보상을 받기 위해 서비스에 재가입 해야 하는 모순까지 불거졌다.
피해자 대표 A씨는 “국민의 77%에 달하는 3954만 계정과 개발 코드까지 유출된 대형 참사인데, 기간이 너무 짧고 직접 신청 방식이라 수많은 이용자가 구제에서 배제된다”며 “피해자가 왜 기간을 놓쳤다고 제외돼야 하며, 탈퇴자가 보상을 받으려 또 개인정보를 넘기고 재가입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간담회에서는 쿠팡 사태 등과 비교해 정부와 규제 당국의 대응 강도가 지나치게 비대칭적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쿠팡 때는 국무회의 질타, 범정부 TF, 국회 청문회, 6246억원 규모의 과징금 논의까지 이어졌으나, 4000만건이 유출된 티빙에는 국회 현안 질의나 소환조차 없고 늑장 신고에 대한 최대 3000만원 과태료 검토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대표 A씨는 “43개 소스가 평문 저장되고 취약점이 방치된 명백한 인재인데도 조치가 과태료 수준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기업에 따라 규제 온도를 달리한다면 신뢰는 무너진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온도차의 배경으로 △토종 플랫폼 육성 논리와 △물리적 피해의 유무를 지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에 맞서 웨이브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국내 OTT를 지나치게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산업 진흥 논리가 규제 당국의 칼날을 무디게 만든 것 아니냐”며 “쿠팡 사태는 실물 배송지와 현관 비밀번호 등 일상의 물리적 공간이 노출돼 즉각적인 공포를 불렀던 반면, OTT 서비스는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배송 피해가 없어 사회적 파장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착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대중의 ‘보안 무력감’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유출은 단순 계정이 아니라 온라인 주민등록번호 격인 연계정보(CI)와 암호화 키까지 탈취돼 사실상 평문 유출과 같으며, 다크웹 등에서 결합 시 불법 대출이나 신분 도용 등 ‘시한 없는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인천의 40대 주부 피해자는 “통신사 보상으로 받은 티빙을 쓰다 CI와 결제 이력까지 유출됐지만, 현생이 바빠 대기업을 상대로 싸울 엄두가 안 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생업에 지친 개인이 대형 로펌을 앞세운 기업과 맞설 수 없는 만큼 ‘한국형 집단소송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소송을 해도 4~5년이 걸려 소멸시효가 지나면 기업은 소송에 참여한 극소수에게만 소액을 배상하고 99.9%를 면책받는다”며 “기업이 입증 책임을 지고, 징벌적 배상과 함께 단 50명의 피해자가 대표로 승소해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4000만명 전원에게 판결의 효력이 고르게 미치는 ‘소비자 권익 3법 집단소송제 징벌배상제 입증 책임의 전환이 전면 도입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사측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와 정부의 강력한 제도 개선을 위해 4가지 핵심 요구안을 제시했다.
먼저 △CI 등 고유 식별 정보는 인증 즉시 파기·분리 보관을 의무화하고, 기업의 불필요한 정보 축적을 막는 ‘보유 필요성 소명 제도’를 신설할 것 △셀프 신청 방식을 폐지해 피해 확인 시 자동 보상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집단 구제책을 마련할 것 △국고로 귀속되는 기업 과징금의 일정 비율을 ‘개인정보 피해 구제 기금’으로 조성해 피해자 배상 재원으로 활용할 것 기업 △일괄된 정부 대응 기준을 세우고, 불법 해킹 및 유출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끝내고 형사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을 요구했다.
조정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티빙 대표를 100% 증인으로 채택해 늑장 신고와 부실 보상의 책임을 철저히 따질 것”이라며 “기업 처벌이 국민의 실질적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괴리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정보를 집이나 예금처럼 ‘민법상 물건(재산)’으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며 “해외 사례처럼 개인이 연대해 플랫폼과 협상하는 ‘데이터 관리 협동조합’ 모델과 과징금의 피해 구제 기금화 등 실질적인 법안 통과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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