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배민’, 우버 직할체제 굳어지나…쿠팡과 ‘모빌리티-배달’ 빅매치 예고

시간 입력 2026-09-18 16:48:33 시간 수정 2026-09-18 16:48:33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8조 몸값 배민 인수전에 네이버 손 떼…AI·두나무 등 미래 먹거리 '선택과 집중'
복잡한 컨소시엄 대신 'DH 통째 인수' 택한 우버, 배민 직할체제 가능성 커
‘우버 원’ 통합 구독 모델 상륙 가시화…쿠팡 ‘와우 생태계’와 모빌리티·배달 격돌

네이버는 지난 17일 배민 인수 추진설에 대한 재공시를 통해 “배달의민족 지분 인수에 대해 검토했으나 경영환경 등의 변화에 따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처=우아한청년들>

네이버가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인수 검토를 공식 중단하면서 국내 플랫폼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넉 달간 이어진 인수 논의에 네이버가 최종 마침표를 찍으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공룡 우버가 배민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를 통째로 인수해 배민을 직접 품는 구도가 유력해졌다. 이에 따라 국내 배달과 라스트마일 시장은 토종 이커머스 강자인 쿠팡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우버 간 진검승부로 재편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 17일 배민 인수 추진설에 대한 재공시를 통해 “배달의민족 지분 인수에 대해 검토했으나 경영환경 등의 변화에 따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양사의 공동 인수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당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로 최대 8조원 안팎을 거론했다. 당시 구상은 네이버와 우버가 각각 20%, 80%가량의 지분을 나눠 갖는 컨소시엄 형태로 거론됐지만, 넉 달간 이어진 인수 논의 끝에 네이버의 배민 인수 가능성은 알단락됐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배민을 최종 포기한 배경으로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 재조정과 현저히 낮아진 락인(Lock-in) 효과를 꼽는다. 

와이즈앱이 안드로이드와 iOS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배민은 지난 7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302만명을 기록하며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1위를 지켰으나, 와우멤버십 무료배달을 앞세운 쿠팡이츠가 MAU 1313만명을 돌파하며 턱밑까지 추격했다. 여기에 배달 수수료 인하 압박 등 플랫폼을 둘러싼 규제 리스크와 출혈 마케팅이 일상화 되면서, 막대한 현금을 투입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게 줄어 들었다.

결국 네이버는 성장 정체와 수익성 둔화에 직면한 배달앱 시장에 조 단위 자금을 묶어두기보다 미래 기술 인프라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현재 엔비디아·브룩필드와 손잡고 초기 200MW 규모의 대규모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 중이며,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필두로 웹3 및 디지털 금융 사업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규모 실탄을 집중해야 하는 시점에서 배민 인수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홍콩 방문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우버>

네이버의 이번 철회는 결과적으로 우버에게 국내 배달 1위 플랫폼인 우아한형제들의 온전한 경영 지배력을 안겨주는 계기가 됐다. 

우버는 당초 네이버와 함께 배민 지분만 분할 인수하려던 구상에서 벗어나, 지난 7월 약 130억 유로(완전희석 기준)를 투입해 DH 본사 자체를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네이버와의 복잡한 지분율 조율이나 주주 간 계약 등의 절차를 덜어낸 우버는 이제 배민을 자사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직결해 독자적인 플랫폼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우버의 단독 체제가 구축될 경우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모빌리티와 음식 배달·퀵커머스’의 결합이다. 

우버는 북미와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승차 공유(우버)와 음식 배달(우버이츠)을 결합한 통합 구독 모델 ’우버 원(Uber One)‘을 통해 강력한 이용자 락인 효과를 입증해 왔다. 국내 시장에서도 티맵모빌리티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우버 택시 호출 인프라에 배민의 방대한 배달망을 연계하는 결합 서비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쿠팡이 ‘이커머스-로켓배송-쿠팡플레이-쿠팡이츠’로 구축한 와우 멤버십 생태계에 대응할 유력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물류 효율성과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점쳐진다. 우버가 전 세계에서 축적한 고도화된 배차 알고리즘을 배민배달과 B마트 물류망에 이식할 경우 배차 효율 극대화와 원가 절감을 노릴 수 있다. 또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별도 앱 설치나 국내 본인인증 없이 기존 우버 앱으로 배민 가맹점 주문을 이용하고, 반대로 국내 배민 이용자가 해외에서 우버 서비스를 매끄럽게 이용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시너지 역시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쿠팡 대 우버’의 대리전으로 쏠리고 있다. 쿠팡은 이커머스와 로켓배송, 쿠팡플레이, 쿠팡이츠를 와우 멤버십 하나로 묶어 시장 점유율을 무섭게 흡수해 왔다. 이에 맞서 토종 포털과의 결합 대신 글로벌 빅테크의 단독 직할령으로 전환을 앞둔 배민이 우버의 자본력과 모빌리티 인프라를 바탕으로 체급을 다시 키워 쿠팡의 거센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인수 중단은 단순한 M&A 무산을 넘어, 국내 배달 시장의 경쟁 축이 ‘단순 음식 중개’에서 ‘모빌리티 결합 플랫폼 간 체급 경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