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SK이노 임시 주총…SK E&S와의 합병안 의결
‘2대 주주’ 국민연금 반대 의사…“주주 가치 훼손”
합병 반대 목소리에 SK 리밸런싱 차질 우려 커져
“외국인·기관 찬성 움직임에 합병 문제없다” 분석도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리밸런싱(Rebalancing)’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그룹이 예기치 못한 암초와 직면했다.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반대 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SK가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이라는 구조 개편을 통해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 미래 성장 기회 확보를 꾀했던 만큼 국민연금의 반대는 눈앞에 닥친 그룹 경영 위기 해소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이달 27일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 총회(주총)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안건에 반대 표를 던지겠다고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지분을 6.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SK이노베이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에 반대한다는 것은 이번 합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과 진배없다.
이와 관련해 수탁위는 “합병 비율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주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수탁위의 반대 이유가 ‘SK이노베이션의 주주 가치 훼손’이라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이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 시가를,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를 가중 평균한 값을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일부 주주들은 합병 비율이 불리하게 책정됐다며 크게 반발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를 자산 가치가 아닌 기준 시가로 책정해 소액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됐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가 비상장사와 합병할 경우 최근 주가 또는 장부상 순자산 가치 중 하나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할 수 있다. SK는 이번 합병에서 SK이노베이션의 합병가액을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정했다.
문제는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 가액이 기준 시가로 산정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결국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자산 가치 기준으로 합병가액이 정해졌을 때보다 더 낮아지고 말았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
비단 국민연금만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이 아니다. 앞서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도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 주주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산정됐다며 합병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서스틴베스트는 “일반 주주가 받을 수 있는 영향이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사회의 노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SK이노베이션의 일반 주주 권익을 고려하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을 주축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SK가 추진 중인 그룹 리밸런싱이 큰 차질을 빚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SK그룹은 리밸런싱을 통해 에너지·환경 사업 역량을 제고하고, 우량 자산을 내재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른 결실이 바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을 통해 탄생하는 초거대 에너지 기업이다. 합병이 마무리될 시 SK의 초거대 에너지 기업은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이번 합병을 통해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구조 개선, 시너지 기반 성장성 확보 등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먼저 합병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배터리 사업 역량과 SK E&S의 LNG, 재생에너지 사업을 결합해 석유부터 전기까지 이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경영 안정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합병 회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5조8000억원으로, 합병 전보다 1조9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개선된 재무·손익구조를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빠르게 강화시킨다는 목표다.
손익 변동성도 낮아져 유가, 정제 마진 등 외부 환경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 산업에서의 불확실성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추진해 온 전기화 사업도 더욱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 등을 추진해 왔다. SK E&S는 충전 인프라, 재생에너지, 에너지 솔루션 등에 주목하고 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에너지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는 이번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 통과의 최대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7월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왼쪽 두번째)과 추형욱 SK E&S 사장(오른쪽 두번째) 등 경영진이 질의 응답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합병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외국인·기관 등 다수의 주주가 이번 합병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실제로 이달 22일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은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총에서 SK E&S와의 합병안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시했다.
세계 최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주주와 투자자의 지지를 권고했다.
두 자문기관은 “이번 합병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제고해 재무구조를 강화하는 한편 현재와 미래 에너지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합병의 목적과 그에 따른 기대 효과가 충분하다”고 봤다.
이같은 외국인·기관의 찬성은 SK에 천군만마가 되고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지분 구조는 SK㈜ 36.2%, 개인 24.9%, 외국인 20.9%, 국민연금(6.2%)을 포함한 기관 14.3% 등이다.
특별 결의로 진행되는 이번 합병은 주총 참석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수의 승인을 얻으면 된다.
이에 국민연금이 반대 표를 행사하더라도 최대주주인 SK㈜를 비롯해 외국인·기관이 찬성 의사를 표명한다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은 무리 없이 가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합병에 반대한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번 합병 관련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전체 지분의 7% 정도다. 6%대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이를 모두 청구하고 소액 주주까지 가세할 경우,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의 자금 부담이 월등히 커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측은 “합병 시너지에 대한 설명을 통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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