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SK온 분사 후 첫 분기 흑자
전사적인 원가 절감 활동 성과
북미 투자 통해 현지 생산능력 강화
합병으로 배터리 외 수익 구조 확보
SK온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배터리 후발 업체로 분사한 이후 11개 분기 동안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며, 향후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 보인다.
SK온은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부문 독립법인으로 성장을 거듭했지만, 매 분기 적자를 지속해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한파와 맞물려 적자 폭이 커져 SK그룹 내에서도 부실 우려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SK그룹 차원에서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을 합병시키는 것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적자 기업에 알짜 기업을 붙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SK온은 처음으로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자체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증명했다. SK온은 여기에 더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의 합병을 통해 ‘퀀텀점프’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이 3분기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하며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약 3년 만에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은 소폭 하락했다. 3분기 매출액은 1조43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1727억원 대비 54.9% 줄었다.
SK온은 전사적인 원가 절감 활동이 흑자 전환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김경훈 SK온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메탈가 변동에 따른 배터리 판가 하락으로 매출이 줄었다”며 “영업이익은 고단가 재고소진, 헝가리 신규 공장 초기 램프업 비용 절감 등 기저 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을 책임지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가 감소했음에도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 3분기 SK온의 IRA AMPC는 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 IRA AMPC로 1118억원을 반영한 것과 비교했을 때, 510억원 가량 줄었든 수치다. 김 CFO는 “고객사의 차량 리콜 및 일시 생산 중단으로 북미 판매량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SK온은 다가오는 4분기에 배터리 판매량이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CFO는 “올해 수요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4분기에는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의 가동 및 2025년 상반기 신차 출시 준비 영향으로 매출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온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맞춰 기존 설비투자(CAPEX) 계획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북미에 대한 투자는 미 대선 이후에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SK온은 오는 2025년 글로벌 생산능력을 199GWh 이상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 중에서 북미에만 55GWh를 확보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에 위치한 포드와의 합작법인(JV) 공장인 ‘블루오벌SK’와 현대차와의 합작공장인 ‘HMG 북미 JV’를 가동할 예정이다.
김 CFO는 “현재 내년 캐팩스를 집계 중이지만 북미 JV 프로젝트 주요 투자가 연내 집행되면서 2025년 이후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탈중국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다”며 “미국 내 투자를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강화해 중국산 배터리 대비 경쟁 우위를 지속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합병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일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 절차를 마무리했다. SK온은 내년 2월 1일 마무리할 SK엔텀과의 합병도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SK온은 이번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으로 원소재 확보 경쟁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국내 유일의 원유 및 석유제품 전문트레이딩 회사다. 전기차 판매 부진이 장기화 되면서 원가 절감을 핵심 역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리튬·니켈 등 광물 트레이딩 분야로의 신규 진출도 모색 한다는 계획이다.
SK온 관계자는 “이번에 합병한 ‘SK온 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며 “배터리 원소재 조달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더욱 키우겠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최대 사업용 탱크 터미널을 운영하고 유류하물의 저장과 입출하를 관리하는 SK엔텀까지 합병을 마무리하게 될 경우, SK온은 5000억원 규모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외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SK온 관계자는 “신규 고객 수주 및 신규 폼팩터 확장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 애플리케이션 수요를 위한 제품을 개발 중에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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