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 폐지 논의
IRA 축소·폐지 기조 지속되면 K-배터리 직격탄
IRA AMPC 축소 시, 북미 투자 계획 조정 가능성↑

K-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에 이어 큰 암초를 만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논의하면서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미국 내 현지 설비를 구축해 왔던 K-배터리 3사는 날벼락을 맞게 된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석유·가스회사인 ‘콘티넨털 리소스즈’의 창립자 해럴드 햄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이끄는 에너지정책팀이 IRA에 따른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중이라고 보도했다.
에너지정책팀은 대선 승리 이후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고, 일부 회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는 앞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지지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7월 테슬라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경우,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최대 전기차 판매업체인 테슬라도 영향을 받지만, 전기차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경쟁사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폐지가 논의 중인 전기차 보조금은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를 지원하는 ‘소비자세액공제 제도(30D)’다. 미국에서 제조된 전기차가 ‘핵심광물 요건’과 ‘배터리 부품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하게 되면 각각 3250달러씩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보조금이 폐지된다면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해야 한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저가형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이 사라지게 된다면 시장의 둔화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보조금 정책인 IRA 30D를 폐지하게 되면, K-배터리 업체들에게 제공하던 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제도(45X)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IRA 45X에 따르면 배터리 셀은 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은 kWh당 10달러 등 총 45달러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 2023년 시행돼 오는 2033년에 종료되는데, 오는 2029년까지는 100% 지급되고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IRA 30D가 폐지된다면 IRA 45X가 축소될 가능성도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보조금을 줄이면서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세액공제를 그대로 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랜트·삼성SDI 헝가리 법인·SK온 미국 조지아 1공장 전경. <사진=각사>
북미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추진중인 K-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대규모 설비투자로 저조한 실적이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보조금 및 세액공제가 사라지게 된다면, 재정 부담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 미시간, 테네시, 애리조나 등에 생산설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생산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북미에서만 300GWh가 넘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SK온은 조지아, 켄터키, 테네시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해당 공장이 모두 지어지면 18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구축하게 된다. 삼성SDI도 인디애나에서만 스텔란티스, GM과 함께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북미 생산능력이 100GWh를 웃돌게 된다.
트럼프 2기가 극단적으로 IRA 축소·폐지 기조를 이어간다면 북미 투자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들이 떠안게 된다. LG엔솔은 3분기 IRA 세액공제 4660억원을 실적에서 제외하면 적자를 기록했다. 올 3분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온도 IRA 세액공제 608억원을 빼면 적자다.

미시간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사 얼티엄셀즈의 3공장 전경. <사진=얼티엄셀즈>
K-배터리 3사는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전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최적의 대응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트럼프의 대중국 견제 기조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고관세 정책은 긍정적인 부문이다.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수입품엔 6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K-배터리 입장에서 저가 공세로 북미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배터리 기업과의 경쟁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다만 IRA 45X 축소·폐지에 따른 투자 계획 조정을 배제할 순 없다. 트럼프 2기의 IRA 축소·폐지 기조가 지속된다면, 미래 이익을 기대하며 단행한 대규모 미국 내 투자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K-배터리 3사는 GM, 포드,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일부 투자는 IRA 45X에 따른 세액공제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전기차 보조금, 세액공제 정책이 폐지되면 기존 투자 계획도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과 같은 IRA 정책 축소·폐지 기조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 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없앨지 정해지면 기민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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