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1450원 넘어서
배터리·석유화학 등 수출 기업 전반적으로 피해
단기적으로 판매 가격 오르지만 장기적으로 수입비용·외채 부담↑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하면서 원자재, 원재료를 수입하고 빌린 외채를 갚아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물론이고, 주요 원자재·원재료를 수입하는 구매 비용 부담이 늘어난 석유화학 업계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7.5원 오른 1453.0원으로 출발해 1450원 선 안팎에서 등락했다. 원달러 1400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으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143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국내 기업에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 원자재와 원재료를 해외에서 조달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수입비용이 증가하고, 외채 이자 부담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및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투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외화부채도 늘려왔는데, 환율이 급등하게 되면서 외화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올 3분기 기준 LG엔솔의 달러 외화부채는 6조82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4조2179억원) 대비 61%가량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SK온의 달러 외화부채는 3조4379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5696억원) 대비 33.8% 늘었다. 삼성SDI는 지난해 기준으로 달러 외화부채가 4조4312억원 수준이지만 미국 진출에 따라 강달러 여파를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또 환율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환율이 10% 오르면 세전이익 감소분이 238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SK온은 환율이 5% 오르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이 176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 업계 입장에서는 환율 급등이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생산한 제품을 수출할 때는 오른 환율이 긍정적일 수 있지만 원재료 수입비용이 증가해서다.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는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린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를 해외에서 수입해 열분해 과정을 거쳐 에틸렌, 프로필렌, 합성수지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그러나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를 달러로 수입해 환율이 오를수록 원가 부담이 더 커진다. 이러한 비용 상승분은 판매가에 일부 반영하지만, 최근 중국·중동에서 저가 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원재료 비용 상승분을 석유화학 업체들이 감당하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김병환(가운데)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처럼 달러로 결제하는 일부 수출 기업은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입비용이 늘고 외채 부담 증가하게 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4월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씩 상승했을 때, 국내 기업의 원가는 2.82%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원달러 환율 1450원은 지난 4월 29일 원달러 환율(1375.9원) 대비 5.4% 늘어난 수치다.
한편, 정부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업금융 상황점검회의’에서 참석한 5대 시중은행과 한국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외화결제 및 외화대출 만기의 탄력적 조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외화결제와 외화대출 만기가 탄력적으로 조정되면 기업은 연말 높아진 환율로 외화를 마련할 필요가 없어져 부담이 줄어들고 외환시장의 수급 부담 완화와 환율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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