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유, 정유업계 ‘황금알 낳는 거위’로 떴다…“정유 곤두박질, 윤활유는 고공행진”

시간 입력 2025-02-11 07:00:00 시간 수정 2025-02-10 18:11:41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정유 3사,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전년비 73%↓
정유 업황 부진 직격타…정제마진·국제유가 약세 영향
윤활유가 실적 부진 일부 상쇄…정유 영업이익 추월
액침냉각으로 신사업 속도…차세대 열관리 시장 정조준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정유 업황 악화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비정유 사업 중 하나인 윤활유 사업이 주력인 정유 부문을 뛰어넘는 수익을 기록하며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는 액침 냉각 윤활유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사업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정유 4사 중 GS칼텍스를 제외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3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총 1조34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3년(3억8752억원)과 비교하면 73.31%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실적 하락은 주력인 정유업종의 시장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석유 사업에서 전년 대비 43.2% 감소한 46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 부문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6.6% 감소한 956억원에 그쳤다. 에쓰오일의 정유 부문은 2023년 3391억원에서 지난해 2454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정유 업황은 지난해 2~3분기 석유 제품 수요 감소, 정제마진 하락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정유사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 손익분기점은 4~5달러를 하회하는 3.6달러 수준에 그쳤다. 9월에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연중 최저치인 69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유가 약세가 이어졌다. 

에쓰오일 직원들이 서울 마곡 TS&D 센터에서 액침냉각유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쓰오일>

이처럼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된데 반해,  윤활유 사업은 정유 부문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며 실적 부진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윤활유 부문에서 석유 사업 영업이익을 2200억원 가량 웃도는 68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같은 기간 16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정유 부문의 두 배에 가까운 수익성을 올렸다. 에쓰오일의 윤활유 부문도 지난해 57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를 상쇄했다.

윤활유는 기계의 마찰과 마모를 줄이고, 과열을 방지해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정유 사업 대비 매출 규모는 작지만, 정유 사업 대비 대외적 요인에 따른 변동이 적고 자동차, 기계 항공기 등에서 정기적인 수요가 꾸준히 발생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

정유 업계는 윤활유를 활용한 액침냉각 사업에 진출하고, 비정유 신사업 비중을 꾸준히 키우는 모습이다. 액침냉각유는 윤활기유를 원료로 냉각효율과 안정성을 높인 열관리 플루이드다. 액침냉각은 냉각유에 데이터센터 서버나 전기제품, 배터리 등을 담가 냉각하는 열관리 기술로, 공기를 이용한 공랭식 대비 전력효율을 약 30% 이상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고도화 등 기술 발전에 따라 대규모 서버 시설이 증가하고 기기 발열량이 높아지면서 액침냉각 시스템이 차세대 열관리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은 지난 2022년 2억4400만달러(약 33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17억1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는 최근 액침 냉각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 단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엔무브는 2023년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 시스템을 시범 운영해 기술 검증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액침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인화점 섭씨 250도(℃) 이상의 고인화점 액침냉각유 ‘에쓰오일 e-쿨링 설루션’을 출시하고,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 동북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액침 냉각 시스템 기업 GRC로부터 액침 냉각 전용 윤활유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의 일렉트로세이프 프로글매 인증을 획득했다. 이번 인증을 계기로 국내 데이터센터 업체와 실증 등 파트너십을 강화해 액침냉각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성장 산업 분야에서 두루 사용되면서 액침냉각 시스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라며 “사업이 본격적으로 확장되면 유의미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