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장기화, 직원들 피로 누적…노조 “영풍·MBK 적대적 M&A 원치 않아”

시간 입력 2025-02-20 17:15:31 시간 수정 2025-02-20 17: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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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본사·온산제련소 직원, 적대적 M&A 피로↑
고려아연 노조 “근로 환경 변화·고용 위기 현실화 우려”
현재 경영진에 쏠린 직원 지지에 영풍·MBK 동력 약화
임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 발표 앞두고 이목 집중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서울 광화문 MBK파트너스 본사앞에서 적대적 M&A를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노동조합>

고려아연과 영풍 진영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서울 본사에서 경영권 분쟁을 직접 겪고 있는 직원뿐 아니라 온산제련소에서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직원 모두 이번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걱정과 불안이 늘고 있다.

20일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영풍·MBK파트너스의 기습적인 공개매수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 중 노동자를 생각하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노조는 “온산제련소에서 구슬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들은 날마다 근심과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 역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태우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노조는 “영풍·MBK의 적대적 M&A가 성공하는 미래를 결코 원치 않는다”며 “영풍 석포제련소 근로자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중대재해로 대표이사 2인이 나란히 구속된 부끄러운 경영진과 대주주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고려아연 노동자의 공통된 생각이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이날 노조는 고려아연 경영진과 임직원이 100분기 연속 흑자라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동안 영풍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26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영풍의 경우, 올해 석포제련소 조업정지로 인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려아연 노조는 MBK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홈플러스와 딜라이브, 네파, BHC 등 그 실태가 어떤 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있다”며 “이는 결국 노동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같은 일이 고려아연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어디에 있냐”고 말했다.

MBK는 거듭 고려아연의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직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과거 고용 유지를 약속하면서 노사 간 상생을 내세웠지만 고용 유지 기간이 끝나자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 감축을 단행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노조는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에 휴일을 반납하고 직접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 위원장은 “고려아연을 개인의 회사인 것처럼 취급하지만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은 지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땀과 열정을 바쳐온 일터이자 우리 모두의 회사다”며 “현장 노동자는 일자리 해고 등의 고용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핵심기술진이 영풍·MBK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고려아연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피로도와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한 설문에서 임직원 2000여 명을 상대로 온라인 무기명 방식으로 진행했고 60%인 1175명이 설문에 응했다.

고려아연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M&A 이후 지속적인 언론 노출과 주변의 관심 및 우려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인원이 72.8%(855명)에 달했다. 고용 불안을 느끼거나 이직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59.6%(7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분쟁이 회사의 사업과 운영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인원은 설문의 96%로,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도 응답자도 88%를 넘었다.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도 수차례 영풍·MBK의 적대적 M&A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을 필두로 TD기술본부장, 제련기술본부장, 엔지니어링본부장, 생산 1·2·3 본부장, 개발 1·2 담당 등 회사 핵심 기술진 15명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영풍·MBK의 적대적 M&A를 반대하고 나섰다.

고려아연 인듐.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제련 투자를 통해 아연, 연, 은, 구리 등의 비철금속 뿐 아니라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을 생산하는 곳은 고려아연이 유일하다. 특히 인듐은 고려아연이 전세계 제련소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는 글로벌 1위 생산품목 중 하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2025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에서 인듐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29%의 대한민국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미국의 인듐 공급망의 약 30%를 고려아연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은 “적대적 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영풍·MBK 측과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며 “투기 세력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에 대한 비전이나 계획 역시 전혀 없다는 점을 절실히 느껴 왔다”며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기술과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대변되는 미래신성장 동력에 대한 이해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경영을 논할 자격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려아연 임직원의 지지가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재 경영진을 향하면서 영풍·MBK의 적대적 M&A(인수합병)가 동력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영풍이 MBK와 손잡고 공개매수를 시행한 지 약 6개월이 지났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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