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T-877’ 글로벌 임상 2상서 유효성 지표 미충족
기술수출 통해 재무구조 개선 꾀했으나 차질 불가피
2026년 법차손 비율 감소 못할 시 상장폐지 가능성↑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15일 개인투자자,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김지원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가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기대를 걸었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이 글로벌 임상 2상에서 주요 유효성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 기술수출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했으나 임상 2상이 실패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전날 BBT-877의 24주차 강제폐활량(FVC) 변화 수치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임상 실패는 단순한 연구개발 난항을 넘어 회사의 존립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달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한 해가 최근 3개년 중 2회 이상이라는 이유로 코스닥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실제로 회사의 법차손 비율은 2022년 80.4%, 2023년 215.2%, 2024년 72.3%에 달했다. 브릿지바이오는 2026년 감사보고서 제출 시까지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회사는 2년 연속 기술 수출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실적이 악화한 상태다. 2022년 30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1억원, 2024년에는 218만원까지 줄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 264억원, 2022년 435억원, 2023년 403억원, 올해 190억원 등 매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이다.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 기술수출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노렸으나 이번 임상 실패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뚜렷한 원인없이 폐가 딱딱하게 굳는 질환이다. 현재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 스위스 로슈 ‘에스브리엣’ 등 치료제가 있지만 이 품목들은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폐기능 저하를 지연시켜 생존 기간만 3~5년 정도 늘려줄 뿐이다.
이와 달리 BBT-877은 오토택신(Autotaxin)이라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으로 염증과 섬유화를 완화해 폐 기능 저하를 실질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 때문에 브릿지바이오는 글로벌 상위 10개 제약사 중 절반 이상과 기밀유지협약(CDA)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임상 결과에 따라 협상 테이블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최종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수령한 후 하위 그룹 분석, 바이오마커 결과와 고해상도 CT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이번 결과를 포함한 개별 환자 데이터를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특발성 폐섬유증 외에 추가 적응증 확대 또는 BBT-207, BBT-301 등 다른 파이프라인에 대한 전략적 우선순위 조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이날 열린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현재의 톱라인 데이터만으로는 즉각적인 기술이전이 쉽지 않다”며 “전체 데이터를 받은 뒤 추가 분석을 통해 세부사항을 확인하는 걸 우선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추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기술이전과 관련해 빅파마들과 협상을 이어가겠다”면서 “당초 우려했던 부작용 프로파일은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견됐으므로 추가 적응증 확대 등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지원 기자 / kjw@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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