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력’ LFP 등 중저가 배터리 수요 급증
K-배터리, LFP와 차별화된 중저가 제품 개발 속도

(왼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배터리, 삼성SDI 각형 배터리, SK온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각 사>
국내 배터리 업계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차별화된 중저가 배터리 라인업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값싼 LFP 배터리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는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경제성 등에서 앞설 수 있는 중저가 배터리 개발에 적극 매진하고 있다.
15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LG엔솔,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한국을 따돌리고 배터리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주력 제품인 LFP 배터리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최근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등 원가 낮추기에 혈안이 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FP 배터리를 비롯한 중저가 배터리의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됐다. 리튬 이차전지 양극재용 전구체 수요에 따르면 NCM(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 수요는 지난해 101만톤에서 오는 2032년 211만톤으로 약 2배,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전구체 수요는 16만6000톤에서 49만톤으로 약 3배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LFP 전구체 수요는 183만톤에서 489만톤으로 무려 약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중저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 월리스 배터리 셀 혁신 센터의 실물 크기 프로토타입 LMR 배터리 셀. <사진=GM>
K-배터리 3사 중 중저가 배터리 개발에 가장 앞선 곳은 LG엔솔이다. LG엔솔은 미국 GM(제너럴모터스)과 손잡고 LMR(리튬·망간·리치) 배터리를 오는 2028년부터 본격 양산키로 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중저가 배터리 양산 일정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MR 배터리는 망간 함량을 높인 제품이다. NCM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코발트 함량을 줄일 수 있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업계에서는 LMR 배터리 가격이 LFP 배터리와 유사한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는 합작 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해당 LMR 배터리 생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GM이 공개한 LMR 배터리 시제품은 각형 배터리로 제작됐는데, 파우치형, 원통형 폼팩터를 위주로 생산했던 LG엔솔은 이번 협력을 통해 각형 폼팩터를 적용한 배터리 생산도 나서게 된다.

삼성SDI가 IAA 2024에서 선보인 차세대 배터리 제품인 ‘LFP+’. <사진=삼성SDI>
삼성SDI와 SK온은 구체적인 중저가 배터리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관련 계획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LFP 배터리를 차별화한 LMFP 배터리 개발에 힘쓰는 모습이다. 이는 기존 LFP 배터리에 망간을 더한 제품이다.
LFP+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LFP+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망간 외 새로운 금속 원소나 화학 성분을 더하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삼성SDI는 LFP 플랫폼 소재·극판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LFP를 하이니켈과 블렌딩해 기존 LFP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10% 향상시키는 동시에, 셀 안전성 평가에서 LFP와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는 첨단 기술이다. 또 신규 전해액 첨가제를 적용해 LFP와 하이니켈을 블렌딩할 때 발생하는 LFP 표면의 부반응을 억제하고, 고전도성 소재를 사용해 셀 저항 증가율도 개선했다.
삼성의 LFP 플랫폼 소재·극판 기술은 올해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수상한 바 있다.

김상진 SK온 플랫폼연구담당이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 ‘칼루사 사운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에디슨 어워즈’ 시상식에서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 부문 동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SK온>
SK온은 코발트를 빼거나 줄인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코발트 프리(Co-Free) 배터리와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에디슨 어워즈’에서 동상을 수상한 코발트 프리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서 코발트를 뺀 제품으로, 단결정 양극재와 독자적 도핑 기술 등을 활용해 구조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수명 저하를 극복했다.
코발트 함량을 줄인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올해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고전압 환경에서 배터리 충방전이 이뤄지면 양극 계면에서 전해질 산화 현상으로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러나 양극 계면을 보호할 첨가제를 통해 산화 반응을 억제했다. 이를 통해 고에너지 밀도의 하이니켈 배터리와 가격 경쟁력·열안정성을 지닌 LFP 배터리의 장점만을 내재화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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