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위기 내몰린 K-화학…“과잉설비 통폐합, 특단의 조치 나오나”

시간 입력 2025-06-09 07:00:00 시간 수정 2025-06-08 13: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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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동 공급과잉에 글로벌 수요 부진 ‘이중고’
업계, 설비 합리화·전기료 감면·R&D 지원 주문
이재명 정부 출범, 후속 대책 속도내나 ‘기대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생존위기에 내몰린 화학업계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과 파격적인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중동의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범용 화학제품에 대한 과잉 생산이 지속되면서 국내 화학업계는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군으로 제품군을 고도화 하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글로벌 경기 침체, 통상 갈등에 따른 자국 우선주의 기조속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화학업계는 새 정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유세 기간 동안 ‘석유화학 특별법’ 등을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여수석유화학산업의 대전환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여수국가산업단지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가 입주해 있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다. 이 대통령은 석유화학산업의 메카인 여수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지원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구상중인 공약에 따르면 △공급과잉으로 불황에 처한 석화 산업 경쟁력 회복 △특별법 제정 및 정부 주도 구조 재편·R&D(연구개발)와 친환경 고부가 제품 개발 지원 △친환경 에너지 이송 기반 확보 등이 있다.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사진=LG화학>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지표가 에틸렌 스프레드 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 지표로 평가되는 에틸렌 스프레드는 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으로, 최소 톤당 250달러를 넘어야 손해를 보지 않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과잉공급과 경쟁심화로 톤당 200달러를 넘기기도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듯 주요 제품군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중동 등지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더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5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이 심화 되면서 에틸렌을 비롯한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약세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최근 S&P 글로벌이 제시한 석유화학 제품군의 신규증설 전망치에 따르면, 오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에틸렌은 4660만톤, PE(폴리에틸렌)은 3192만톤, PP(폴리프로필렌)는 1941만톤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더 증가한 것인데, 특히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의 에틸렌 증설 규모는 기존 전망치 대비 4.9% 늘었고 PE와 PP도 각각 13.2%, 44.1% 증가했다.

여천NCC 에틸렌 공장 전경. <사진=여천NCC>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에서, 국내 화학 업계로서는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이거나 과감한 구조개편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다. 삼일회계법인 경영연구원은 특정 석유화학단지에 중복으로 진출한 업체들의 공장을 유사 제품군별로 전략적 설비교환 또는 인수합병(M&A)하는 설비 통폐합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석유화학 업체간 구조개편을 위해서는 해당 업체간 다양한 제휴나, M&A 시도도 중요 하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규제 완화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업계가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구조개편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석유화학 관련 업체간 자산양수도 과정에서 정부가 양도소득세, 취득세 감면 등 세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제품군별로 전략적 설비교환을 허용하거나, M&A 추진 이후 발생할 독과점 문제에 있어 예외를 둬 국내 화학업계의 구조개편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화학 기업 간 구조개편을 지원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독점금지법 적용을 배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구조개편을 위한 출구를 마련해 주자,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그룹 내 합병 또는 사업분리·통합이 본격화 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정부 주도형 구조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앞서 지난해 말, 관계부처와 함께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 재편을 유도하기 위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진행한 석유화학 사업 재편 컨설팅 용역 결과 보고서를 기반으로 후속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선 업체들도 화학업계의 누적적자가 가중되고 이로인한 경영부실이 심각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화학업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지원과 구조개편에 더 속도를 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학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업종의 구조개편이 한창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탄핵 국면과 새 정부 출범 지연으로 정책지원과 구조개편 작업이 늦어진게 사실” 이라 면서 “과잉설비를 합리적으로 통폐합 하고, 고부가·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R&D 및 투자 환경을 전환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설비 합리화를 위해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면서 “단기적으로, 전기요금 비용 감면 등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고부가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비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주문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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