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일본 노리타케와 ‘실버 페이스트’ 공동 개발
차량용 전력 반도체 및 기판 접합하는 고성능 접착제
우수한 내열성·방열 성능 갖춰…운송·보관 효율도 향상
전력 반도체 소재 사업, 신성장 동력 낙점…위기 극복 가속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중동의 물량 공세 등 겹악재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LG화학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석화업계 1위 LG화학은 고부가·스페셜티 제품군으로 라인업을 확장 중인 다수 기업과 달리 미래 성장동력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LG화학은 전력 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비주력 사업철수 등을 통한 본업 집중, 재무 건전성 제고에 힘써 당면한 리스크를 돌파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LG화학은 일본 노리타케와 함께 SiC(실리콘카바이드) 기반 차량용 전력 반도체 칩과 반도체 기판을 접합하는 ‘실버 페이스트(Silver Paste)’를 공동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노리타케는 정밀 세라믹 분야에서 120년 이상의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기업으로, 반도체·자동차 산업에 연마 휠, 전자 부품용 소재, 소성로(열처리 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 양사가 개발한 실버 페이스트는 은(Ag) 나노 입자를 포함한 고성능 접착제다. LG화학의 입자 설계 기술과 노리타케의 입자 분산 기술을 접목해 우수한 내열성과 방열 성능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실버 페이스트는 냉동 보관과 짧은 보관 기한으로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신제품은 냉동 보관 없이 상온에서 최대 6개월 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이에 운송·보관 효율이 대폭 향상됐다. 여기에 고객 공정 내 제품 사용 가능 시간 또한 길어져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실버 페이스트 신제품 개발에 성공한 LG화학은 향후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더 높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신제품은 차량용 전력 반도체에 반드시 탑재돼야 하는 필수 소재로 빠르게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실제로 전기차 시장 확대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기술 발전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 내 전장 비중은 최근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에 모든 전장 부품을 제어하는 두뇌인 차량용 반도체는 단숨에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전동화 추세와 함께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762억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에는 1152억달러로, 5년 동안 51.2%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고속 성장은 반도체 소재 시장에도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로 인해 차량 내에 장착되는 전장 부품이 대폭 늘어나면서 고내압, 고전류에 대응할 수 있는 차량용 전력 반도체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차량용 전력 반도체의 경우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사고로 직결되는 자동차 특성상 높은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도체 소재 역시 뛰어난 성능으로 차량용 칩이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도록 돕는 소재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충족한 제품이 바로 LG의 실버 페이스트 신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전력 반도체용 접착제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기술을 토대로 실버 페이스트 개발에 나선 LG화학은 전력 반도체 소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미 LG는 노리타케와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소재 선행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고 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차량용 전력 반도체 실버 페이스트 시장은 올해 약 3000억원에서 2030년 8500억원 규모로, 5년 새 183.3%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기술력과 소재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전장 부품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며 “노리타케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차량용 전력 반도체 접착제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신사업 육성과 더불어 사업 구조 개편에도 방점을 찍었다. LG화학은 10년 넘게 키워 온 워터솔루션 사업을 매각하는 등 비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격 조정해 재무 건전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LG화학은 앞서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첨단소재 사업본부 내 워터솔루션 사업을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매각 규모는 1조4000억원에 달한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 나노H2O를 인수한 뒤 청주공장에 양산 설비를 구축해 바닷물을 산업 용수로 정화하는 역삼투막(RO 멤브레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기술력 강화에 매진해 온 LG는 현재 역삼투막 시장에서 일본 도레이에 이어 글로벌 2위에 랭크돼 있다.
LG는 지난 2023년 청주공장을 증설하며 향후 5년 내 해당 사업을 2배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본업인 석유화학 업황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워터솔루션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2220억원으로, LG화학 전체 매출(48조9161억원)의 0.45% 수준에 그쳤다. 자산 규모는 377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0.40%에 해당한다.

LG화학 여수NCC 2공장. <사진=LG화학>
LG화학은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과 관련해 “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에 역량과 자본을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 기조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 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 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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