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 앞다퉈 생산적 금융 로드맵 제시
정권 교체기 맞물려 경영진 거취와도 직결
국감 앞두고 성과 부각하며 여론 선제 대응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연일 ‘생산적 금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단순한 기업대출 확대 차원을 넘어 첨단 전략산업 지원, 중소기업 자금 공급,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까지 전방위로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국정 기조에 호응하는 동시에 다가올 국정감사에서 쟁점화될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지방금융지주까지 앞다퉈 생산적 금융 확대 전략을 발표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29일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5년간 총 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AI·바이오 등 첨단 산업과 지역 기술기업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명시하며,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확대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계열사의 역량을 한 데 모은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혁신기업 맞춤형 금융, ESG 연계 기업대출 확대 등을 내세우며 정책 드라이브에 동참했다.
이 같은 흐름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궤를 같이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가계 중심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금융정책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기업금융·혁신산업 지원을 은행권의 본연 역할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이행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20개 은행장과의 첫 간담회에서 최근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 금융에 대해 은행권이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자본규제를 개선한 만큼, 은행들도 취지에 맞춰 생산적 금융을 적극 공급해달라”고 말했다.
시기적 특수성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임기 만료 시점을 앞두고 있다. 정책 기조에 선제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 향후 거취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생산적 금융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단기 실적보다 정책 부응을 통한 ‘정치적 리스크 관리’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가올 국정감사 역시 변수다. 국회는 매년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단골 의제로 다뤄웠다. 올해 역시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9월 낸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제도 혜택을 받으며 일정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은행은 최근 예대금리차 확대 등으로 큰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차주들은 이자 부담을 겪고 있어 은행이 그에 비례하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생산적 금융 계획을 내놓는 배경에는 로드맵을 선제 공개함으로써 국정감사에서 불리한 입지를 피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금융지주는 지원 금액, 대상 기업 수, 공급 방식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성과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가 정책 수요에 부응하는 동시에 기업금융으로의 체질 전환을 꾀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특히 금리 인하 국면이 본격화할 경우, 가계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가 시급해진다는 점에서 정책 기조와 금융사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결국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드라이브는 정부 정책에 발맞춘 전략인 동시에 은행 본연의 역할 회복을 강조하는 이미지 제고 효과도 갖는다. 그러나 계획 수립 이후 실제 실행력이 얼마나 확보될지가 관건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의 전략 키워드가 정책 기조와 함께 변화한다”며 “이번 생산적 금융 기조는 정부와 발맞추는 동시에 당국과의 관계 관리 포석으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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