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손배소’ 16년 마침표…KGM, ‘노란봉투법’ 의식했나

시간 입력 2025-10-02 16:00:00 시간 수정 2025-10-02 13: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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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M,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부집행확약서 전달
KGM “노란봉투법 관련 없이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
노동계 “손배 보복 시대를 이제 끝내야 한다는 이정표”

2009년 7월 20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사진=연합뉴스>

KG모빌리티(KGM·옛 쌍용자동차)가 2009년 발생한 불법 파업으로 노동조합이 회사에 손해를 입혀 배상해야 하는 40억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의 유래가 된 손해배상 소송이 16년 만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쌍용차 노조는 손배소 압박에서 벗어나게 됐다. 정부가 내년 3월 노란봉투법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KGM이 선제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KGM은 지난달 말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 미집행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후 이달 초 금속노조에 ‘KG모빌리티는 대법원 손해배상 사건 관련 2025년 9월 30일 자로 손해배상 채권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부집행확약서를 전달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KGM 노조·KGM 간 노노사 합의에 따른 것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09년 5월부터 8월까지 77일 동안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에 앞서 쌍용차는 모기업이었던 대우그룹이 파산하자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됐는데, 상하이차는 2009년 1월 유동성 위기로 경영권을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쌍용차가 마련한 자구책 중 하나가 전체 인력의 약 36%에 해당하는 2646명을 해고하는 것이었고, 노조는 이에 강력 반발하며 파업을 했다.

쌍용차 노조는 파업 과정에서 평택공장을 불법으로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노조는 컨테이너로 공장 입구를 봉쇄해 비노조원 근로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공장 진입 시도 시 쇠 파이프·새총·지게차 등을 동원해 몰아냈다. 이에 더해 노조는 경찰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자 화염병을 던지고, 차체 공장 방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쌍용차는 노조의 공장 점거 농성으로 생산 차질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노조와 소속 조합원을 상대로 15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쌍용차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소송을 2016년 1월 취하했지만,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대한 100억원 소송은 유지했다.

1·2심은 파업 기간 자동차 판매로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과 지출 고정비 등을 반영해 금속노조가 사측에 33억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상금을 감액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에서 배상금이 20억90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지난 5월 확정했으며, 노조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는 지연손해금을 합쳐 40억원에 달했다. 확정판결 이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KGM 노조 간 손배소 해결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KGM 또한 미집행 의견을 받아들이며 소송이 16년 만에 종결됐다.

지난 8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금속노조 주최로 쌍용차 노동자 국가손배 파기환송심 선고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쌍용차 손해배상 소송은 노란봉투법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2013년 12월 쌍용차 노조가 사측과 경찰에 47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오자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 4만7000원을 넣어 한 언론사에 전달한 데서 유래했다. 이 일은 쌍용차 노동자를 돕자는 취지의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과거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던 데서 착안한 캠페인으로,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한 세 차례 모금 캠페인에 4만7000여명이 참여해 약 14억6000만원이 모였다.

캠페인 과정에서 설립된 시민단체인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를 중심으로 노란봉투법 입법 운동이 벌어졌다. 2015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이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적 쟁의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측이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약 10년 만인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 10일 시행된다.

자동차 업계에선 KGM의 이번 부집행 확약이 노란봉투법 시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에는 정리해고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하고,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KGM 관계자는 “2009년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이기 때문에 노란봉투법과 관련 없이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KGM의 이번 결정에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손배 문제 해결이 아닌 ‘손배 보복의 시대를 이제 끝내야 한다’는 분명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KG모빌리티 노사의 이번 합의는 개정 노조법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만든다”면서 “남은 사업장에서도 이런 결정이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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