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5주년…글로벌 완성차 ‘톱3’ 도약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를 기회로…실적 성장 지속
전동화 전환 가속…로봇·수소·SDV 등 신사업 탄력
美 관세 폭탄·中 전기차 굴기 등 변수에 시험대 올라
현대자동차그룹이 불과 5년 새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오른 중심에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이 있다. 과감한 의사결정과 고객 중심의 비전 아래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온 그는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바꾼 주인공이다. 다만 미국발 관세 폭탄과 중국 전기차 굴기는 정 회장이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위기를 기회로…정의선 시대 글로벌 완성차 ‘빅3’ 굳혀
현대차·기아와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0년 10월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신임 회장 선임 건을 보고했고, 각 사 이사회는 모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정의선 회장은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에 명실상부한 그룹 수장이 됐다. 아버지인 정몽구 당시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의선 회장은 오는 14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지난 5년간 현대차그룹은 체질 개선을 지속하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9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723만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2022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일본 토요타·독일 폭스바겐과의 3강 체제를 굳혔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은 2019년 163조8924억원에서 지난해 282조6800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5조6152억원에서 26조9067억원으로 380%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3조86억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처음 글로벌 2위에 올라섰다. 영업이익률은 8.7%로 폭스바겐(4.2%)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영업이익률을 2배 이상 웃돌았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톱티어로서 위상을 공고히 한 데는 정 회장 주도의 발 빠른 전동화 전략,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강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가 주효했다. 특히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전략이 눈에 띈다. 지난 5년간 현대차와 기아가 해외 판매한 RV의 평균 가격은 각각 114%, 58% 증가했다.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9년 7만7135대에서 지난해 22만9532대로 크게 늘었다.
현대차그룹의 약진이 코로나19 팬데믹,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위기, 세계 통상 질서 재편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위기 돌파 능력은 더욱 부각된다.
실제 2020년 전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던 시점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 실시된 봉쇄 조치로 차량 전자부품 등을 연결하는 와이어링 하네스의 공급이 끊겨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들의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2021년에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불거지며 주요 업체들의 공장이 또다시 멈춰 섰고, 2022년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공급망 불안정이 한층 심화했다. 이에 더해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정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거센 도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복합 위기는 지난 5년 내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여파에 맞서 부품 운영의 유연한 조정을 통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며 2021년 자동차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했다.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과 구매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빠르게 반도체 품귀 사태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모빌리티 연구·혁신 허브인 국내에 올해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제품 개발, 핵심 신기술 선점, 전동화·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는 현지 공급망을 확대하고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친환경차 전환’ 진두지휘…수소·SDV 등 신사업 탄력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지탱하는 근간인 친환경차 중심의 완성차 사업 재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9년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37만여대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4배가량 증가한 141만여대로 집계됐다. 2022년 이후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가 이어지면서 2019년 138만여대에 머물렀던 친환경차 누적 판매 대수는 올해 상반기 700만대를 넘어섰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9년 5.1%에서 지난해 19.4%로 급등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현대차그룹 차량 10대 중 2대는 친환경차인 셈이다. 이러한 성과는 정 회장이 추진해 온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도입, 전기차 생산능력 확충, 혼류 생산 시스템 가동, 수소전기차 출시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정 회장은 향후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우기 위해 2030년 친환경차 563만3000대 판매, 2030년 하이브리드 모델 28종 확대, 2027년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출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도입, 현지 전략형 전기차 출시 등을 추진한다.
신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로보틱스 분야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정 회장은 로봇을 현실 속 동반자로 구현하고, 모빌리티 경계를 확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보틱스랩을 신설한 데 이어 2021년 미국 로봇 전문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물류 로봇, 서비스 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미국에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4족 보행 로봇 ‘스팟’·물류용 로봇 ‘스트레치’ 등의 생산에 나선다.
정 회장은 수소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수소에 대한 진정성 있는 비전을 밝혀왔다.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수소 브랜드이자 비즈니스 플랫폼인 ‘HTWO’를 출범시켰다. 수소 밸류체인 모든 단계에 솔루션을 제시하며 수소 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 실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아 PV5와 현대차 ST1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PBV(목적 기반 차량)는 정 회장이 고객 중심 비전을 현실화하는 상징적 분야다. PBV는 제조사 중심의 생산과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서비스와 물류, 레저 활동 등 고객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신개념 모빌리티다.
SDV 사업도 경쟁력 있는 제품과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고객이 차량 안에서 더 편안하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SDV를 강조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브랜드 ‘Pleos(플레오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leos Connect(플레오스 커넥트)’, 차량용 운영체제 ‘Pleos Vehicle OS(플레오스 비히클 오에스)’와 앱 마켓 등을 공개했다.
차량의 모든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통합·제어할 수 있는 풀스택(Full Stack) SDV 구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내년 3분기에는 SDV 페이스카(Pace Car)를 제작해 실증 테스트에 돌입하고, 2027년 말부터는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부과한 25%의 대미(對美) 자동차 관세가 가장 큰 난관이다. 자동차 부문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이 15%까지 관세를 낮춘 반면 현대차그룹이 올해 3분기 부담한 관세 비용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의 빠른 전동화 전환에도 본토를 중심으로 세를 불린 중국 신규 업체들과 전기차,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부담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열린 신년사에서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했고, 위기 이후에 오히려 더 강해졌다”며 “그 어느 때보다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 격변기에 후발주자였던 현대차그룹을 선두주자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그 어느 때보다 산적한 만큼 정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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