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 한국GM, 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수출마저 ‘빨간불’

시간 입력 2025-10-14 17:30:00 시간 수정 2025-10-15 17: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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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수출 2만2492대…전년 대비 39.2% 급감
트랙스·트블 동반 부진…회사 존립 기반 위협
美 관세 여파로 손실 누적…본사 재평가 가능성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지난 5월 16일 한국GM 창원공장을 방문해 김영식 한국GM 창원공장 본부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한국GM>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지난 5월 16일 한국GM 창원공장을 방문해 김영식 한국GM 창원공장 본부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한국GM>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여파로 철수설에 휩싸인 한국GM의 판매 하락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GM의 수출을 책임지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해외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한국GM 전체 판매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마저 흔들리면서 회사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14일 한국GM에 따르면 지난 9월 내수와 수출을 합친 전체 판매량은 2만37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의 94.8%를 차지하는 수출이 2만2492대로 39.2% 급감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지난 9월 수출이 1년 전보다 줄어든 곳은 한국GM뿐이다. 중견 완성차 업체인 르노코리아는 지난 9월 수출이 4528대로 전년 동월 대비 25.3% 증가했고, KG모빌리티의 경우 6536대로 110.7% 급증했다.

미국 GM 본사의 소형 SUV 수출 기지 역할을 하는 한국GM으로선 비상이 걸렸다. 더 큰 문제는 수출 역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한국GM의 올해 1~9월 누적 기준 수출은 31만459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이 기간 한국GM의 전체 판매량이 32만6381대인 점을 고려하면 수출 비중은 96.4%에 육박한다.

한국GM의 수출 견인차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해외 판매 부진이 뼈아팠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 9월 1만5365대가 수출돼 전년 동기 대비 35.3% 감소했고, 트레일블레이저는 신차 효과 희석으로 46.3% 급감한 7127대 수출에 그쳤다. 올해 1~9월 누적으로 볼 때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21만2218대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GM 수출의 두 축인 이들 차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0%대의 판매 감소 폭을 보인 것은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불발에 따라 2개월간 부분파업이 벌어졌던 지난해 7~8월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시장 수출을 위해 대규모 선적 중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제공=한국GM>
글로벌 시장 수출을 위해 대규모 선적 중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제공=한국GM>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지난해 국내 승용차 수출을 이끈 차량인 만큼 회사의 위기감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해 29만5099대가 수출돼 현대차 아반떼와 코나를 제치고 국내 승용차 수출 1위에 올랐다. 트레일블레이저도 지난해 17만8066대가 선적되며 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에는 트랙스 크로스오버(21만683대)와 트레일블레이저(21만4048대)가 나란히 1위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GM 입장에선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이 곧 실적이다. 하지만 미국 관세 여파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커진 점은 분명 리스크다. 이들 차량이 가격에 민감한 소형 SUV인 터라 미국 권장소비자가격에 관세 비용을 그대로 반영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GM이 본사와 정부 눈치만 보는 동안 손해는 계속 쌓이고 있다. GM의 올해 2분기 관세부담액 11억달러(약 1조5800억원) 중 절반 수준인 5억5000만달러(약 7900억원)가 한국GM에서 발생했다. 한미 무역 협상 장기화로 한국GM이 지난 3분기에 입은 손실을 고려하면 관세부담액이 1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올해 4년 만에 연간 적자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7월 말 한미 무역 협상 이후 최대 난관인 3500억달러(약 502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두고 후속 협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한국GM은 대미(對美) 자동차 관세 25%를 물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GM은 지난달 말 노조와 임금 교섭을 마무리한 데 이어 이달 초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슈퍼크루즈 도입을 약속하며 올해 줄곧 불거진 철수설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 지속되면서 관세부담액이 누적되면 GM 본사가 한국GM의 지속 가능성을 재평가할 수도 있다. 한국GM의 지난 9월 내수 판매는 1231대로 전년 동월 대비 37.1% 감소했고, 올해 1~9월 누적 기준 내수 판매는 1만1785대로 38.7%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25%인 자동차 관세가 유지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국 GM 본사도 한국GM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노조의 고용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생존 전략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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