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상대방 선박에 수수료 명목 입항세 부과
현대글로비스 연간 수수료 규모 최대 2000억원 추정
HMM은 여파 작을 듯…미국·중국산 선박 비율 낮아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연간 2000억원에 육박하는 입항수수료를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재점화로 양국이 상대방 선박에 대한 수수료 명목의 입항세 부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운반선의 적재 효율을 최대한 높일 계획이지만, 추가 비용 발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4일(현지시간)부터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에 대한 입항수수료를 순톤수당 46달러(약 6만5000원)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미국에 입항하는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CEU(1CEU는 차 1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약 21만3000원)로 제안했던 수수료를 6월 순톤수당 14달러(약 2만원)로 하향 조정했다가 약 3개월 만에 다시 3배 이상 인상한 것이다. 단, 선박당 부과 횟수는 연간 5회로 제한한다. 납부 유예 기간은 12월 10일까지다.
특히 USTR은 자동차 운반선의 경우 부과 대상을 중국으로 한정하지 않고 외국에서 건조한 모든 선박으로 확대해 동맹국인 한국까지 포함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입항수수료 부과를 원래 겨냥한 국가로 제한해달라”며 중국산 자동차 운반선으로 한정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입항수수료의 목적을 “중국 조선·해운 산업의 불공정 보조금 관행 억제와 자국의 조선 산업 부활”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교통운수부도 지난 14일부터 미국 선박에 톤당 400위안(약 8만원)의 입항수수료를 부과하고 희토류 수출 규제까지 강화하며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이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 부과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를 통보했다. 이들 조치는 11월 시행된다.
해운업계는 국내 최대 자동차 운반선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입을 타격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2분기 기준 총 96척(자사선 35척·용선 61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운용 중이며, 이 중 30여척을 미국 항로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입항한 횟수는 170여회, 전체 자동차 운반선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순톤수 1만9322톤인 7000CEU급 선박 기준으로 1회 입항 시 약 12억7000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USTR이 한국 정부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선박당 연간 5회 부과로 제한했지만, 그래도 선박당 64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고객사가 현대글로비스에 비용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2만톤 규모 선박으로 연간 약 200회 미국에 입항하는데, 톤당 46달러를 부과한다면 회당 수수료는 13억원”이라며 최대 수수료 부과 횟수 제한 규정을 고려하면 연간 수수료 규모가 최대 2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계약 구조상 입항수수료는 고객사 몫”이라면서도 “고객사가 수수료 부담을 50% 전가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1000억원, 25% 전가 시 500억원의 비용이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현대글로비스의 내년 순이익 추정치를 각각 5.1%, 2.6% 하향 조정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연간 부과 제한을 최대한 활용해 비용 최소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자동차 운반선의 적재 및 운항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고 정부, 타 선사, 화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HMM을 비롯한 국내 해운사는 미국·중국산 선박 보유 비율이 낮은 편이라 입항수수료 부과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운송 비용 증가에 따른 전체 물동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해상 물동량이 감소하면 해상 운임이 하락해 국내 선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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