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관망 취한 한은
정부 부동산 대책과 공조…1430원대 환율도 부담
증권가, 11월 vs 내년 1분기…엇갈리는 인하 시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7월과 8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을 택한 것이다. 물가는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여전히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는 만큼 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동결의 근거로 삼았다. 특히 부동산시장 과열과 원화 약세 흐름이 정책 판단의 중요한 제약요인으로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 우선은 관망해야 할 때…3연속 동결 택한 한은 금통위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재의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5월 0.25%p(포인트) 금리를 낮춘 뒤 7월과 8월, 10월 열린 통방회의에서 세 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택한 것이다.
금통위는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동결의 근거로 삼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비둘기적 성향을 가진 신성환 금통위원이 2.25%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주택시장 관련 금융안정 상황이 우려되지만, 국내총생산(GDP) 갭률이 상당폭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어 빠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하고 지켜보면서 금리 결정을 이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금통위는 국내 경기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성장경로에도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잠재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여러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상황을 좀 더 점검한 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등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차주 열릴 APEC 회의를 전후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이는 한·미,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가 향후 성장흐름을 가늠하는 데 가장 중요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미국 연준의 10월 FOMC 회의 결과에 따라 반도체 경기의 확장 속도와 지속기간 등도 면밀히 점검해 내년 이후의 성장 흐름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서울 집값 오름세·불안정한 환율 흐름…“상승 자극 말아야”
특히 3차례 연속 금리를 묶은 데는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일괄 축소하는 등의 6·27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더 크게 오른 영향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주 전보다 0.54%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 총재도 금융안정을 강조하면서 기준금리 동결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최근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6억원으로 낮추고,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기존 50%에서 40%로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규제지역 역시 서울 강남권에서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금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는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내세운 것이다.
이처럼 금통위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추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점검하는 시간적 여유를 둬야 한다는 판단 아래 3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다시금 불안해진 환율 흐름도 금리 동결의 근거로 자리했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31.0원으로 확인됐다. 4월 29일(1437.3원) 이후 5개월여 만에 주간 종가 기준으로 1430원대에 다시 올라간 것이다.
이후로도 원·달러 환율은 뚜렷한 하락세 없이 1420원~143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서 금리까지 낮아지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430원대 이상의 환율 수준이 굳어질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대응해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만큼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또한 환율의 경우에도 단기간 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만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11월 vs 내년 1분기, 엇갈리는 인하 시점…인하 키워드는 ‘부동산’
금통위는 향후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금통위는 회의 의결문을 통해 “성장의 경우 전망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소비와 수출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주택시장·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는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무역협상 및 반도체 경기 전망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점검하는 한편, 높은 환율 변동성의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성장 측면에서 봤을 때 금리의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확실하게 안정되기 전까지는 통화정책의 완화 강도는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근거 아래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융안정과 경기둔화 사이 한은의 고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11월에도 인하 실시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실적으로 봤을 때 내년 1분기 정도로 인하 시점이 이연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명시적으로 금융안정을 정책 고려사항으로 언급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가격의 안정세 확인과 환율 변동성 완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추가 인하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은 확인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동산시장의 불안정과 성장률 전망치의 상향조정 기대감이 지속되는 한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11월까지도 추가 인하 기대를 후퇴시킬 수 있다”며 “만약 11월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시장이 내년 한 차례 더 인하를 반영하면서까지 롱베팅을 유지하기는 다소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에 대한 한국은행의 경계감은 여전하나,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인하를 기다릴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면서 “부동산을 이유로 한국은행은 4개월째 기준금리를 유지 중이고, 11월이면 5개월이 된다. 다음 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명분이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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