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위반 혐의 시정명령·과징금 4.1억원 부과
하도급 업체 기술정보 무단 사용 관련 제재 첫 사례
중소기업 기술자료 법적 보호 기준 정립 계기 주목
PHC그룹의 계열사인 카펙발레오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으면서 자동차 부품 업계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도급 업체가 불량 가능성이 있는 원청 업체의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제안한 기술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사건에 대한 첫 제재 사례인 만큼 향후 기술자료 유용 분쟁의 법적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인 카펙발레오는 지난 26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번 조치는 하도급 업체가 자발적으로 제안한 기술사양변경의뢰(ECR)를 독립적 가치를 지닌 기술자료로 인정하고, 해당 자료의 무단 사용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한 국내 최초의 사례다.
카펙발레오는 자동변속기의 핵심 부품인 토크컨버터 생산을 수급사업자에 위탁하는 방식의 하도급 거래를 해오다 2019년 부품 도면의 수치 일부를 수정하면서 초도품 공급을 요청했다. 수급사업자는 수정된 도면이 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해 이를 개선한 제안값을 담은 ECR 검토요청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부품 치수, 형상 변경 사유, 기술적 영향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카펙발레오는 별도의 협의 없이 수급사업자가 개발한 제안값을 자사 도면에 무단으로 반영했고, 이 수정 도면을 수급사업자의 경쟁업체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급사업자가 개발한 제안값은 부품의 불량률 감소, 양산성 증대 등 기술적으로 유용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 자료”라며 “수급사업자와의 협의 없이 이를 사용·제공한 행위는 명백한 기술유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자료 유용 외에 추가 위법 행위도 적발됐다. 카펙발레오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6개 수급사업자에 제조공정도와 관리계획서 등 양산부품승인절차(PPAP) 관련 기술자료 198건을 요구하면서 법에서 정한 요구 서면을 주지 않은 혐의도 확인됐다. 하도급법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보호하기 위해 원청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목적과 권리귀속 관계 등의 핵심 사항을 미리 협의한 뒤 문서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수급사업자의 제안 수치가 포함된 ECR 검토요청서를 기술자료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라며 “수급사업자가 변경을 제안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협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면 기술유용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카펙발레오의 위법 행위들을 제재한 이번 사안은 국내 제조업 전반에서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는 원청의 기술 탈취와 하도급 종속 구조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 개발 성과가 원청에 흡수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향후 중소기업 기술자료의 법적 보호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원청이 하청의 기술을 갈취하는 사례는 업계 전반에 만연한 상황”이라며 “향후 유사한 기술유용 분쟁이 있을 경우 이번 사안이 기준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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