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억제 여파…은행권, 기업금융으로 무게 이동
KB·신한·하나, 생산적 금융 기조 속 대출 확대 가속
우리은행만 리스크 관리 택해 ‘선택적 감속’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영업축을 기업금융으로 옮기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기업 부문 자금 공급을 확대하려는 행보다. 이중 우리은행은 자산 리밸런싱에 나서며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기업대출을 줄였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3분기 기준 733조8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193조4194억원으로 4.2% 증가했고, 신한은행은 184조9059억 원으로 3.2%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3.2% 증가한 177조1902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우리은행은 178조3307억 원으로 6.6% 줄었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확대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정부 정책 방향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간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속도를 내면서 은행의 자금공급 축이 기업금융으로 이동한 데다, 정책적으로도 생산적 부문 지원이 강조되고 있어 대출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업금융을 주요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종민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계대출은 3% 내외, 기업대출은 6~7% 수준의 성장을 하면서 연간 5%대 수준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유사한 수준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역시 기업대출을 전년 대비 2.3% 늘리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정빈 신한은행 CFO는 “가계대출은 여러 규제 등으로 적극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내년 기업대출은 생산적 금융 같은 정책적인 방향에 맞춰 올해보다 더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100조원 규모의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밝히고, 생산적 금융 공급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기업대출이 6.6%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대기업대출이 2.6%, 중소기업대출이 8.1% 줄었고, 그중 자영업자 대출은 14.5% 급감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닌, 자산 리밸런싱을 통한 위험가중자산(RWA) 효율화와 보통주자본(CET1)비율 제고를 위한 전략적 조정으로 풀이된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CFO는 “선별적 자산 성장과 자본 관리에 집중해 CET1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우리금융은 80조원 규모의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먼저 생산적 금융 공급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자산구조를 재정비한 뒤 첨단산업·중소기업 중심의 자금공급을 확대해 생산적 금융의 선도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시중은행들의 기업여신 전략은 생산적 금융 중심 성장으로의 전환으로 귀결된다. 가계대출 규제와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수익축이 기업금융·투자금융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단기 실적보다는 산업 성장과 금융 생태계 기여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 기조가 명확한 만큼, 은행권도 단순 대출 확대보다 자금의 생산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질적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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