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이상직 등 임원에 무죄 선고
‘실형’ 원심 뒤집은 판결…위법성 논란 증폭
기업 이미지 실추 가능성…신뢰 하락 우려도
청년들의 소중한 취업 기회를 빼앗은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해 법원이 기업의 재량권을 앞세운 판결을 내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회사 임원진이 사전에 특정 지원자를 점찍는 불공정한 채용 방식에 면죄부를 줬다는 거센 비판에 법원이 분위기 수습에 나섰지만, 이스타항공의 기업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형사1부(김상곤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업무방해 및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과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유상 전 대표에 앞서 이스타항공 경영을 책임진 최종구 전 대표에게는 일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이상직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김유상 전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최종구 전 대표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던 것을 고려하면 완전히 뒤집힌 판결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무죄를 내린 근거로 당시 이스타항공의 사내 규정과 피고인들의 불명확한 지시, 사기업의 재량권 보장 등을 들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위력으로 항공사 업무를 방해한 게 아니라고 본 것이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이스타항공의 사내 규정상 임원진의 인사 추천이 가능하고, 인사에 관한 최종 권한은 대표이사에게 있으므로 특정인을 점찍은 채용 절차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
또 경영진의 불합리한 지시로 인사담당자들이 극심한 부담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지시가 반드시 특정인을 합격시키라는 건지, 아니면 우수한 지원자를 살펴봐달라는 건지 불분명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리나라 기업의 위계질서 문화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의 지시에 부담을 느끼는 건 일반적”이라며 “사규와 경영진의 재량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인사담당자들에게 위법한 지시를 내린 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상직 전 의원 등은 2015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이스타항공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점수가 미달한 지원자 147명(최종합격 76명)을 채용하도록 인사담당자에게 외압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이스타항공에서는 어학 성적 미달은 물론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심지어 시험에 응시하지 않아도 임원 추천으로 공개채용에서 최종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상직 전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자 이스타항공 정규직 공개채용에 지원했던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청년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한 게시물과 관련해 SNS에는 ‘우리나라에서 법이 의미가 있나’, ‘이게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주소’, ‘법원도 AI 도입하자’라는 자조 섞인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전주지법이 국민 법 감정을 의식해 지난 7일 이례적으로 법적 판단의 근거를 재차 밝혔지만, 위법성 논란은 갈수록 증폭되는 모양새다. 원심의 유죄 판결을 180도 뒤집은 법원의 이번 해명이 이스타항공의 채용 비리를 겪은 청년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도덕·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사건은 형법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 근거로 피고인들이 인사담당자에게 구체적인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았고, 신규 채용과 관련한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은 대표이사의 권한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스타항공의 채용 절차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계속되면서 브랜드 이미지 실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무죄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회사 대표의 채용 비리 자체가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라며 “이스타항공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지검은 지난 11일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해 일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가 공소사실 대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고 상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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