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코노미 된 대한항공·진에어 부산~괌 노선
공정위 규제로 비인기 노선서 공급 과잉 현상
항공사 수익 감소·지방공항 활성화 악재 지적

대한항공 B787-10.<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진에어·에어부산의 부산발 노선 중 일부가 텅텅 빈 채로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 규제로 비인기 노선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한 탓이다. 인천공항과 달리 규제받는 노선 대부분이 비인기 노선인 김해공항 또한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형국이다.
21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일 괌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한 대한항공 KE2260편 여객기에는 승객 3명이 탑승했다. 해당 여객기의 전체 좌석은 180석 규모였다.
일반적으로 180석 규모 항공기에 기장과 부기장, 객실 승무원 4명 등 총 6명의 직원이 탑승하는 점을 고려하면 승객보다 직원 숫자가 더 많았던 셈이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출발해 괌에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에도 승객은 4명만 타고 있었고, 지난 2일에는 대한항공 부산~괌 왕복 항공편 승객을 모두 더해도 19명에 불과했다.
대한항공 외에도 부산~괌 노선 항공편 상황은 대부분 비슷하다. 현재 김해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하루 왕복 1편을, 에어부산이 하루 왕복 2편을 운항한다. 지난 1일 에어부산이 운항한 부산~괌 노선에 투입된 여객기의 경우 총 78명이 탑승해 있었다. 여객기 1대당 평균 20명의 승객이 탑승한 것이다.
항공업계에서 괌 노선은 옆 좌석이 모두 비어 누워서 갈 수 있는 이코노미 좌석을 뜻하는 일명 ‘눕코노미’의 대명사로 불린다. 괌 여행의 인기가 크게 떨어졌지만, 공정위 규제로 공급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괌은 과거 대표 휴양지 중 하나였지만 최근에는 시설 노후화, 환율 상승 여파로 베트남 푸꾸옥, 필리핀 보홀 등에 밀려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김해국제공항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포함한 5개 항공사의 일부 국제선 공급석 수를 2019년 대비 90% 이상 유지하는 조치를 10년간 의무화했다. 합병을 앞두고 항공사들이 노선을 합병·축소시키면서 발생하는 독과점으로 인한 운임 인상과 공급 축소 부작용을 억제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비인기 노선인 괌, 세부 노선 등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규모로 증편해야 했다.
문제는 이러한 노선 운영 제약이 지방공항 활성화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의 규제를 받는 대한항공과 진에어·에어부산이 김해공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김해공항 슬롯(Slot·항공기 이착륙을 위해 배분된 시간)이 포화 상태라 신규 노선 취항도 사실상 어렵다.
항공업계는 이들 항공사가 김해공항에서 탑승률 10~20% 수준에 그치는 비인기 노선을 의무적으로 운항하면서 수익성 감소는 물론 지방공항의 노선 다변화에도 제약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까지 포함한 5개 항공사가 2019년 대비 90% 이상 국제선 공급석을 유지해야 하는 노선은 부산~괌, 부산~세부, 부산~다낭, 부산~베이징, 부산~칭다오 등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면서 “공항과 항공사가 윈윈할 수 있도록 일률적인 제한을 완화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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