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式 ‘신상필벌’…현대차그룹, R&D 체질 개선 나선다

시간 입력 2025-12-19 07:00:00 시간 수정 2025-12-19 17: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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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핵심기술’ 경쟁력 강화 방점…사장 4명 승진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현대차 기획조정 담당으로 복귀
40대 차세대 리더 다수 발탁…공격적 외부 인재 영입도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R&D(연구개발) 조직 체질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정의선 회장의 ‘성과주의’와 ‘신상필벌’ 기조를 반영한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핵심이다. 대미(對美) 자동차 관세를 필두로 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확대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내실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닦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사장 4명 승진…‘R&D·핵심 기술’ 경쟁력 강화 방점

현대차그룹은 18일 신임 대표이사 임명과 사장 승진을 포함한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 부사장·정준철 현대차 부사장·윤승규 기아 부사장·이보룡 현대제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을 그룹 기획조정 담당으로 선임한 것이 골자다. 이보룡 신임 사장은 서강현 사장에 이어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를 맡는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전사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현대차·기아 R&D본부장(사장)에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 차량개발담당(부사장)을 승진 임명했다. 만프레드 하러 신임 사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제품 개발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량의 기본 성능 향상을 주도하며 현대차·기아의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희원 전 R&D본부장의 뒤를 이어 SDV(Software-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성공을 위한 기술 경쟁력 강화 미션을 맡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일 사임한 송창현 전 AVP본부장(사장)의 후임을 빠른 시일 내 선임할 계획이다. 그간 구축해 온 SDV 개발 전략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leos Connect(플레오스 커넥트)’, 자율주행 기술 ‘Atria(아트리아) AI’ 등의 기술 내재화를 바탕으로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한다.

정준철 현대차 제조부문장 겸 제조솔루션부문장(부사장)은 현대차·기아 제조부문장(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준철 신임 사장은 SDF(Software Defined Factory·소프트웨어 중심 공장) 구축과 로보틱스 등 차세대 생산체계 구축에 주력한다.

현대차 국내 공장을 총괄하는 국내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도 새롭게 임명했다. 제조기술 엔지니어링에 정통한 전문가인 최영일 현대차 선행생기센터장(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술 중심의 공장으로 조직을 재편하면서 마더 팩토리인 국내 공장의 핵심적 위상과 기술력을 공고히 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준철 현대차·기아 제조부문장(사장·왼쪽부터),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겸 기아 미국법인장(사장), 이보룡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준철 현대차·기아 제조부문장(사장·왼쪽부터),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겸 기아 미국법인장(사장), 이보룡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성과중심’ 기조 이어가…‘판매통’ 윤승규, 공로 인정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인사에서도 성과중심 기조를 이어갔다. 북미 지역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겸 기아 미국법인장(사장)으로 승진한 윤승규 기아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윤승규 신임 사장은 기아 미주실장과 캐나다판매법인장을 거치며 비즈니스 전문성과 북미 시장의 인사이트를 보유한 판매 전문가로 손꼽힌다. 전년 대비 8%가 넘는 소매 판매 신장을 이뤄내며 기아의 글로벌 입지를 공고히 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현대제철은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가 출범했다. 2023년부터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맡아온 서강현 사장이 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하면서다. 서 사장에 이은 신임 대표이사로는 이보룡 현대제철 생산본부장(부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이보룡 신임 사장은 30년 이상 철강업계에 몸담아온 인물로, R&D 분야 내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철강사업 총괄운영 경험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전략적인 대규모 설비·기술 투자 등을 추진해 현대제철의 미래 경쟁력을 키워나갈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이사와 전시우 현대커머셜 대표이사는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위기관리 역량을 통해 성과를 창출한 결과다. 장재훈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담당 부회장으로서 그룹 차원의 시너지 제고와 민첩한 실행을 진두지휘한다. 모빌리티·수소 에너지·로보틱스 등 그룹 핵심 미래 사업의 전반적인 추진 방향을 조율하고, 사업 간 유기적인 연계를 목표로 관련 부문을 총괄한다.

최영일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부사장(왼쪽부터),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부사장), 신용석 현대차·기아 HMG경영연구원장(부사장),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사장, 전시우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사장.<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최영일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부사장(왼쪽부터),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부사장), 신용석 현대차·기아 HMG경영연구원장(부사장),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사장, 전시우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사장.<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40대 임원 약진…우수 인재 적극 영입해 경쟁력↑

이날 현대차그룹은 사장 4명 외에도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신규 선임 176명 등 총 219명의 승진을 포함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전체 239명이 승진했던 지난해 임원 인사 대비 승진자 규모는 20명이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40대 차세대 리더를 발탁해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특히 2년 연속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 반열에 올리는 데 기여한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전무·만 47세)이 40대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상무 신규선임 대상자 중 40대의 비율도 2020년 24% 수준에서 올해 절반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상무 초임의 평균 연령도 올해 처음 40대로 진입했다. 1980년대생 상무로는 조범수 현대차 외장디자인실장(만 42세)과 권혜령 현대건설 플랜트기술영업팀장(만 45세) 등 총 12명이 신규 선임됐다.

현대차그룹은 사장단 인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체 승진 대상자 중 30%에 가까운 인력을 R&D와 주요 기술 분야에서 발탁·승진시키며 기술 인재 중심의 인사 철학을 이어갔다. 서정훈 배터리설계실장(상무·만 47세)과 김덕환 수소연료전지설계1실장(상무·만 48세) 등 그룹의 미래 전략과 직결된 핵심 부문에서의 인재 발탁이 이뤄졌다.

글로벌 우수 인재에 대한 공격적인 영입도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전사의 싱크 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HMG경영연구원 원장으로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신용석 부사장은 글로벌 학계에서 거시경제·경제성장 및 융합형 연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향후 현대차그룹 내 전략적 인사이트를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인적 쇄신과 리더십 체질 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며 “SDV 경쟁에서의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사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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