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점, 수도권·부촌 쏠림 가속…서민·지방 투자자 ‘접근권 공백’ 심화

시간 입력 2026-01-20 07:00:00 시간 수정 2026-01-19 17: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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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개 중 165개가 수도권…증권사 점포 ‘양극화’ 현실화
지점 줄이고 VIP센터는 늘고…서울 점포 절반은 ‘강남3구’
금융서비스 접근 기본권 ‘공백’…“금융당국 관리감독 필요”

증권사들이 국내 오프라인 점포를 대거 축소하는 가운데, 남은 점포마저 수도권·특히 강남 등 부유층 밀집 지역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비대면 금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대면 확인 절차가 필요한 업무가 존재해 지역·계층 간 금융 접근권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활성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부 업무는 영업점 방문이 필수인 만큼 일반 투자자의 금융 접근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금융감독원과 각 증권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5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KB·삼성증권)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오프라인 점포는 총 282곳이다. 이 중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에 위치한 점포는 165곳으로 전체의 58.5%에 달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은 64개 점포 중 38곳이, 미래에셋증권은 59개 중 36곳이 수도권에 있다. NH투자증권은 56개 중 32곳, 삼성증권은 29개 중 16곳, KB증권은 74개 중 43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내에서도 쏠림 현상이 심각한 지역은 강남권이다. 각 증권사가 비용이 많이 드는 일반 지점을 줄이는 대신 객단가가 높은 자산가 고객을 겨냥한 오프라인 서비스는 강화하면서 강남권 점포 확충에 집중한 결과다.

실제로 5대 증권사가 운영하는 서울 소재 점포 108곳 중 절반인 54곳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위치해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서울 26개 점포 중 13곳을, 미래에셋증권은 27개 중 12곳을 강남권에 두고 있다. KB증권도 서울 26개 중 13곳이 강남에 있으며 삼성증권은 서울 10개 중 6곳, NH투자증권은 여의도 디지털관리센터를 제외한 19곳 중 10곳이 강남 지역이다.

여의도와 광화문 등 핵심 권역을 제외하면 강남권 외 지역의 점포 수는 사실상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셈이다.

그간 금융당국·국회에서는 금융사 점포 축소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점포 운영 여부는 전적으로 개별 금융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어 이를 강제로 조정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은행·보험·증권사 등 주요 18개 금융사의 오프라인 지점은 1654곳(25%) 줄었다. 이 가운데 9개 주요 증권사는 640개 중 233곳(36%)을 없애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26%)과 생명보험사(20%)보다도 높은 감소율이다.

허 의원은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금융소비자 접근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금융당국은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점포 축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일부 부촌 중심 ‘프리미엄 지점’은 오히려 늘어나며 양극화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원베일리 내 상가에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까지 총 6개 증권사가 입점해 있다. 이들은 입주 시점을 앞두고 점포 확보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설되는 점포 역시 대부분 수도권 부촌에 집중되고 있다. 교보증권은 강남 대치역 인근에 첫 프리미엄 WM 센터 ‘프리미어 골드 대치센터’를 개점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2월 강남 테헤란로에 초고액자산가 전담 지점 ‘THE 센터필드 W’를 열었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해 9월 강남금융센터를 확장하며 VIP 중심 서비스를 강화했으며, 미래에셋증권 역시 같은 해 5월 삼성동에 ‘더 세이지 패밀리오피스센터’를 열고 초고액자산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오프라인 점포 축소 흐름이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라면, 취약계층을 위한 최소한의 금융 인프라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점포 줄이기’ 경쟁 대신, 공공성 확보와 금융서비스 접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원칙을 금융당국과 업계가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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