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정부, 2단계 가상자산법에 이용자 보호 강화 촉구 나서…규제강화 초점 맞출 듯
가상자산 업계,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도입 우려…“인위적 시도에 자생적 산업 근간 흔들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6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가상자산 업계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로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거래소의 폐쇄적인 경영 구조를 정조준하면서, 그간 업계가 강하게 반발해 온 ‘대주주 지분 제한’ 카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일명 가상자산 2단계법)’에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발 방지 대책이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 전반이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거래소 지배구조 규제 역시 힘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업계의 반발이 컸던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방안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전산 오류가 아니라, 거래소 운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자산’이 실제로 오지급됐다는 점에서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과거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사고 당시에도 당국은 사고 원인을 시스템 혼선으로 판단해 현금 배당과 주식 배당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발행주식 수 이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차단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내부통제와 인적 과실 관리 체계도 대폭 강화됐다. 배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를 검증하는 부서를 이원화하고, 준법감시인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금융사의 책임 의무를 명확히 했다.
내부통제 미흡과 인적 과실 관리 실패라는 공통점을 고려할 때, 이번 빗썸 사고 역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건 발생 직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제도적 허점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통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빗썸 사고를 통해 드러난 거래소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을 해소하고, 가상자산 시장 이용자 보호를 위해 2단계 가상자산법의 규제·감독 체계를 대폭 보완하겠다”며 “제도의 효과적 시행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도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정이 함께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조속히 추진해 거래소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제시한 주요 대책에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주기적 가상자산 보유 현황 점검 △전산사고 발생 시 가상자산사업자의 무과실 책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이 포함돼 있다.
가상자산업은 전통 금융권에 비해 제도권 편입이 늦어, 그간 상당 부분이 각 거래소의 자율적인 보안·운영 시스템에 의존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안 전체가 ‘규제 일변도’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은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거래소 지분 규제다.
금융당국은 당초 거래소의 지배구조 분산을 위해 대주주 지분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방안을 법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업계의 강한 반발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해 왔다.
현재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은 모두 15%를 상회한다. 두나무는 송치형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8.8%를 보유하고 있으며,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6%를 보유 중이다. 코인원 역시 창업주인 차명훈 대표가 5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거래소 지분 규제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주주 지분을 15% 이하로 제한할 경우 거래소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지고, 자본력이 취약한 거래소가 난립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 주요 시장에 유사한 규제 사례가 없는 만큼, 글로벌 거래소와의 경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는 해당 규제에 대해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과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인위적으로 민간기업의 소유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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