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데”…‘리더십 공백’ 장기화에 고심하는 KAI

시간 입력 2026-02-26 17:40:00 시간 수정 2026-02-26 17: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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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사장 선출 무산…노조 “낙하산 인사 반복 우려”
수장 부재로 수주 공백·전략 혼선·조직 피로 누적
올해 수주 확대 과제…KF-21 양산·FA-50 수출 추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신임 사장 선임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불발됐다. KF-21 양산과 FA-50 추가 수출, 초소형 위성 사업 수주 등 굵직한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수장 부재로 인한 리더십 공백 장기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김종출 전 방위사업청 무인사업부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하려 했으나, 논의 일정을 연기했다. KAI는 이른 시일 내에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 선임을 의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AI 신임 사장 선출이 무산된 건 노조의 반발이 결정적이었다. 김 전 부장이 이재명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의 인사란 점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으로 방사청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가 낙마 후 KAI 사장으로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장은 공군사관학교 31기 출신으로 공군 장교로 복무한 뒤 2006년 방사청 개청 당시 4급 특채로 임용됐다. 이후 방산수출지원팀장, 절충교역과장, 기획조정관, 국방기술보호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한 방위사업 기획 전문가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문제 삼은 건 낙하산 인사가 반복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7월 조기 사임한 강구영 전 사장 또한 윤석열 정부의 보은 성격으로 임명됐다는 평가가 많았으며, 취임 직후 대대적인 임원 인사를 단행한 뒤 측근을 기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간 민간기업인 KAI 사장 자리에 보은 성격 또는 코드 인사가 내려오는 경향이 강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실제 현재까지 KAI를 거쳐 간 8명의 사장 중 내부 승진으로 5대 사장에 오른 하성용 사장을 제외하면 5명이 행정고시 출신이고, 2명은 군 출신이었다.

물론 구조적 한계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의 최대주주는 26.41% 지분을 쥔 한국수출입은행이고, 국민연금공단이 8.20%를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정부 지분이 약 76%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 지분이 30%를 넘는 만큼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노조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8개월 KAI 사장 인선의 결과가 또 군 출신이냐”라면서 “긴 시간 동안 정부는 무엇을 검토했고, 무엇을 고민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수주 공백, 전략 혼선, 조직 피로가 누적된 삼중고도 지적했다. 노조는 “위기를 돌파해야 할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것은 경영 정상화가 아닌 위기 방치에 가깝다”며 “KAI 사장은 정치적 인연이 아닌 산업 경영 능력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FA-50PH.<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KAI 신임 사장 선출을 두고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리더십 공백 리스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KAI로선 방산업계 존재감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KAI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69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하긴 했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3조345억원)·현대로템(1조56억원)·LIG넥스원(3229억원)에 밀려 업계 4위에 그쳤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에 247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5943억원)에 이어 업계 2위에 올랐던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아쉬운 실적은 국내 수주전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신 탓이다. KAI는 9613억원 규모의 UH/HH-60 블랙호크 헬기 성능 개량과 1조7775억원 규모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 개발에 이어 해군 표적기 연구개발 수주까지 대한항공에 모두 뺏겼다. 기상청과 우주항공청이 추진하는 천리안위성 5호 개발 사업도 LIG넥스원의 품으로 돌아갔다. KAI의 지난해 수주액은 6조3946억원으로 연간 목표인 8조5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직면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KAI는 KF-21 양산과 FA-50 추가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 안에는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20기를 우리나라 공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KF-21과 FA-50용 항공무장 국산화도 병행 중이다.

정부가 사업자 선정을 앞둔 초소형 위성 체계 개발 사업을 놓고도 한화시스템과 맞붙는다. 정부는 1조4223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150kg 미만의 SAR(Synthetic Aperture Rad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 40기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위성의 한반도 방문 주기를 20~30분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업계에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건 뼈아픈 일”이라며 “의사결정 지연으로 투자가 미뤄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 공백을 빨리 메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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