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일주일새 300원 인상 ‘폭리’”…K-정유 ‘선제인상’ 도마위, 정부 칼 세웠다

시간 입력 2026-03-06 17:43:12 시간 수정 2026-03-06 17: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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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름값 고공행진…휘발유 3년 만에 1800원 돌파
중동 분쟁 여파 국제유가 급등…정유업계, 선제 인상 논란
정부, 매점매석·폭리 집중 단속…가격상한제 검토
정유업계, 난처한 상황…“판매가에 여러 요소 반영”
주유소협회 “가격상승, 정유사 공급가 인상 때문”

이란 전쟁이 중동지역 역내로 확산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3년여 만에 리터 당 1800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국내 유류가격 인상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에 착수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선제적인 가격인상과 관련해 담합 의혹까지 경고하고 나서면서, 정유업계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정유업계는 시장 구조상 직접 통제는 어렵다면서도, 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전전긍긍 하는 분위기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 당 약 1866.07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31.79원 오른 수준이다. 휘발유 가격은 5일 1834원을 기록하며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1800원선을 넘어선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유 가격도 급등했다. 이날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 당 1878.18원으로 전날보다 47.93원 올랐다. 서울 평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1925.47원, 1945.62원으로 1900원을 넘어섰다.

국내 유류가격은 통상 국제유가 변동과 연결된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라 국제 원유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27일 기준 배럴당 71.24달러 수준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이달 5일 94.93달러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 국면을 틈탄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천900원대를 넘어섰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천856.3원으로 전날보다 22.0원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제는 최근 국내 유류가격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국제유가 상승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국제유가 변화는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제유가와 유사한 속도로 국내 주유소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정유업계의 이른바 ‘선제 인상’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정부가 정유사는 물론 일선 주유소들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과도한 기름값 인상과 담합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하는 등 시장 관리에 나섰다. 필요시 주유소 판매 가격의 상한선을 규제하는 최고가격 지정제 등 제도적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 아침 점심 저녁 가격이 다 다르고,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린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대응책을 주문하면서, 주요 정부부처들이 즉각 단속에 돌입했다.

이에 맞춰, 6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석유사업법 23조에 보면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최고 가격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며 “가격을 점검해 높은 경우 고시를 통해 최고가를 지정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정유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최근 중동 분쟁으로 원유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며 공급망 불안이 확대된 상황에서, 정부의 가격 인상 단속과 담합의혹 까지 더해질 경우 업계의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유사들은 자영업 비중이 높은 주유소 시장 구조상 정유사가 직접 판매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휘발유의 경유 최종 판매 가격은 정유사가 제품을 공급한 공급 가격에 지역별 수요와 재고 상황 등 각 주유소의 경영 환경이 반영된다. 현재 전국에 위치한 주유소는 약 1만700여개로 이중 약 80%가 자영업 형태로 운영 중이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와 환율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해 공급 가격을 책정한다”며 “앞서 2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1월 대비 올랐고, 중동 사태에 대비한 선수요가 발생한 점도 국내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판매 가격에는 각 주유소의 재고 상황, 임차료, 운영비 대비 마진 등이 반영된다”며 “현재 가격 상승세에 중동 분쟁 영향이 일부 반영된 건 맞지만, 판매 가격 책정 기준에는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유소 업계는 “가격 상승의 1차 요인은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이라며 공급사인 정유사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주유소는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소매 유통업”이라며 일부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하루 사이 휘발유는 100원 이상, 경유는 200원 이상 오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또 가격 상승세 속 선구매 수요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소비자 체감 상승 폭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회에 따르면, 석유제품 가격의 약 50~60% 수준은 유류세가 차지하며, 유류세가 포함된 정유사 공급가를 제외하면 주유소의 유통비용 비중은 전체의 약 4~6%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협회는 “주유소 판매가격 변동을 폭리로 규정하기보다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과 재고·정산 시차, 판매가격 반영이라는 유통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실관계를 판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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