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4915mm E세그먼트 크로스오버…세단·SUV 사이 주행 감각
1.5T 하이브리드 시스템…250마력·복합연비 15.1km/L
SKT AI ‘에이닷 오토’ 탑재…게임·OTT 가능한 조수석 디스플레이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기본 적용…부산공장 생산 글로벌 전략차
르노 필랑트.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르노의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를 처음 타본 뒤 문득 떠오른 말이다. 필랑트는 밤하늘의 별을 보러 떠나는 길에 어울릴 것 같은 차였다. 시그니처 로고에 별 모양 디자인 요소가 담겨서일까. 의도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차를 타며 느낀 분위기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지난 5일 경상도 경주 일대 약 140km 구간에서 필랑트를 시승했다. 보문호 수변도로, 울주군 도심과 고속도로, 추령재의 와인딩 구간이 섞인 코스였다. 차량에 처음 다가갔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인상은 단순했다. 예쁜 차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이 실용성을 앞세워 ‘단순함’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필랑트는 기능과 차체 구성에서는 실용성을 확보하면서도 디자인에서는 비교적 과감한 시도를 택한 모습이다.

르노 필랑트의 전측면과 후면. <사진=김연지 기자>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과 르노의 로장주(마름모) 로고는 존재감을 강조했고, 후면부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차량 뒤쪽에는 흘림체로 디자인된 ‘FILANTE’ 로고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많은 차량들이 단조로운 레터링을 사용하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특히 블랙 컬러 차량에서는 후면 로고가 차체 색상과 같은 블랙 톤으로 적용되면서도, 르노 특유의 짙은 블루 색감이 은은하게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부적인 색상과 장식 요소에서 감성을 강조한 점은 프랑스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남성적인 강인함보다 다소 ‘팬시’한 인상이 강해 여성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을 것처렴 예상된다.
필랑트는 르노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인 E세그먼트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전장은 4915mm, 휠베이스는 2820mm로 넉넉한 차체 크기를 갖췄다. 다만 실제 주행에서는 차체가 크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외관만 보면 대형 SUV처럼 보이지만 운전석에 앉아보면 세단과 SUV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듯한 차체 감각이 전달된다. 운전자의 시야는 세단보다 높지만 일반적인 SUV보다는 낮은 편이다. 차체 크기가 과하게 크지 않아 도심에서도 비교적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점이 실용적이다.
파워트레인은 1.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시스템 총 출력은 250마력 수준이며, 멀티모드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복합 연비는 15.1km/L다.
르노는 이번 모델에서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를 주요 기술로 강조하고 있다. 노면 상황에 따라 댐퍼가 반응하는 방식으로 승차감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다만 체감 성능은 운전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직접적인 비교 평가에는 한계가 있었다.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왼쪽 위)를 비롯한 내 외부 디테일들. <사진=김연지 기자>
실내에서는 대형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고급 차량에서 볼 수 있는 긴 형태의 디스플레이 구성을 적용해 실내 분위기를 한층 현대적으로 만들었다.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특징적이다. 조수석 디스플레이에서는 게임과 OTT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지만, 운전석에서는 해당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설계돼 운전 집중도를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차량 이동이 잦은 워킹맘이나 워킹대디가 자녀와 함께 이동할 때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 과정에서는 게임 기능 탑재 여부를 두고 르노 프랑스 본사와 한국 측 사이에 논의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안전을 중시하는 본사와 달리 한국 측에서는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기능 확대를 제안하면서 의견이 오갔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최근 차량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비서 기능도 적용됐다. 필랑트에는 SK텔레콤의 차량용 AI 에이전트 ‘에이닷 오토(A.Dot Auto)’가 탑재됐다. SKT의 거대언어모델(LLM) ‘에이닷엑스(A.X) 4.0’을 기반으로 자연어 대화를 이해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시승 중 “엉뜨 켜줘”라고 말하자 시트 열선이 바로 작동했다. 정해진 명령어가 아닌 일상적인 표현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대화를 기억했다가 맥락을 이어가 것도 가능했다.
차량 곳곳에 적용된 세부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보스(BOSE) 오디오 시스템과 함께 파란색 스티치가 들어간 가죽 시트, 파란색 포인트가 들어간 안전벨트 등은 실내 분위기에 개성을 더한다.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필랑트의 또 다른 특징은 기본 적용된 대형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다. 옵션이 아닌 기본 구조로 설계된 유리 천장은 차량 내부 개방감을 크게 높인다. 넓은 트렁크 공간까지 더해지면서 장거리 여행이나 차박 등 레저 활용성도 고려한 설계로 보였다. 물론 정숙성과 열차단을 고려한 글래스 종류를 사용했다.
필랑트는 르노코리아의 부산공장에서 생산된다. 르노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크로스오버지만 국내 생산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도 핵심 전략 차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필랑트 E-Tech 하이브리드의 국내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테크노 4500만원, 아이코닉 4870만원, 에스프리 알핀 5150만원, 에스프리 알핀 1955 에디션 5400만원이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적용하면 각각 4331만9000원, 4696만9000원, 4971만9000원, 5218만90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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