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쇼크에 물가 압력 확대…한은 ‘금리 인상’ 가능성 대두

시간 입력 2026-03-11 18:05:17 시간 수정 2026-03-11 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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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락에 물가 경로 불확실성 확대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통화정책 부담↑
전쟁 장기화 시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향방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될 경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45달러로 전장보다 11.94% 하락했다. 중동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난 8일(현지시각)에는 배럴당 107.54달러까지 치솟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자 며칠 만에 20달러 이상 급락했다.

WTI 선물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국제 유가 흐름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가 크게 요동치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향방 역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유 가격 상승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인 데다, 한국은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에 더욱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가격 상승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자극 재료이며, 특히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은 이러한 국면에 취약하다”면서 “이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 우려까지 다시 반영 중인 만큼, 최악의 경우에는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어 둬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 유가가 100달러선에서 장기간 머물렀던 대표적인 시기는 2011~2014년 리비아 내전”이라며 “당시 국내 소비자 물가는 2011년 초 3.4%에서 같은 해 8월 4.7%까지 상승했다가 둔화 추세로 전환됐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현재와 2011년을 비교했을 때 물가 상승 및 기준금리 인상 우려는 동일하나 환율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며 “15년 전 유가 상승을 환율 강세가 일정부분 상쇄했다면, 지금은 유가상승에 환율 약세까지 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가 강세 국면의 장기화 조짐이 보일 경우 통화정책 대응이 빠르게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금리의 상방 압력도 과거 대비 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월 26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이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현 금리 수준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금융안정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금통위원들 역시 당분간 금융 상황에 대한 고려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 상당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변동성이 높아 안심하기 이르다”며 “금통위원들 입장에서는 물가뿐만 아니라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고려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유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물가 경로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인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률 최소 0.3%p 하락, 소비자물가상승률 1.1%p 상승, 경상수지 260억달러 감소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2026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돼 유가가 80달러 선에서 안착하게 될 경우, 올해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중후반까지 오를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은행이 올 4분기 기준금리를 1~2회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유가 및 국내 휘발유 가격의 변동성 확대 및 이전 수준의 레벨 복귀가 불가능해질 경우, 한국은행과 시장이 당초 예상했던 물가 경로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1~2월 소비자물가가 2.0%를 기록하며 생겼던 소수의견 내 인하 기대는 유가 쇼크로 인해 사실상 소멸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물가목표(2%) 안착을 확인하기 전까지 ‘제약적 수준의 금리 유지’ 스탠스를 강화할 것이며,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상회할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이 다시 언급되는 등 매파적인 가이던스가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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