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지분 4.99% 매입…2018년 이후 7년여 만
한화시스템 “추가 인수 계획은 정해진 바 없어”
민영화 이슈 맞물려 관심…추가 지분 확보 주목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경쟁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대거 매입했다. 한화그룹이 KAI와의 중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항공우주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며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에 한 발 더 접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KAI가 리더십 공백 장기화와 재무 부담 심화로 어려움을 겪으며 민영화설이 재점화되고 있어 이번 주식 취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내 자회사와 함께 KAI 지분 4.41%를, 한화시스템은 0.58%를 각각 매입했다. 이날 기준 한화그룹이 보유한 KAI 지분은 4.99%다. 주식 대량 보유 공시 의무 대상인 5% 미만이라 이번 사업보고서 제출을 통해 관련 내용이 공개됐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을 매입한 것은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 지분 5.99%를 전량 매각한 이후 7년여 만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지분 매입으로 KAI의 1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 2대 주주 국민연금, 3대 주주 피델리티에 이어 4대 주주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이 KAI와 긴밀히 협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미래 항공우주 사업이 꼽힌다. 부품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체계 기업인 KAI의 협력 관계 구축으로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체계 업체가 해외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면 엔진, 항전, 무장, 센서 등 다양한 부품 기업들이 해당 플랫폼 공급망에 참여하는 구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우주 발사체 등의 핵심 부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로, 위성개발과 공중전투체계 등에서 역량을 갖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위성 생산 시설인 제주우주센터를 보유 중이다.
한화그룹과 KAI는 한국형 전투기 KF-21 관련 사업에서 손을 잡고 있으며, 정부가 사업자 선정을 앞둔 초소형 위성 체계 개발 사업을 놓고서는 입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1조4223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150kg 미만의 SAR(Synthetic Aperture Rad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 40기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위성의 한반도 방문 주기를 20~30분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방산업계는 한화그룹의 이번 지분 매입에 대해 KAI와 상호 협력 관계 강화는 물론 향후 KAI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한 포석을 둔 것으로 해석한다. 앞서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2016년 두산DST,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방산 관련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국내 민간기업 중 방산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시스템은 “지분 인수는 사실”이라면서도 “지분 취득 목적은 항공우주·방산 분야 사업과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인수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은 2021년 그룹 내 흩어져 있던 우주 관련 역량을 하나로 결집한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키며 발사체부터 위성 제조·영상 판매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왔다. KAI는 2020년 민간 최초로 우주센터를 건립하고 차세대 중형위성, 6G 통신위성, 초소형위성 등 위성 양산과 수출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화그룹과 KAI의 협력이 공고해지면 국내 항공우주·방산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한화그룹의 이번 지분 매입은 KAI를 둘러싼 민영화설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KAI의 최대 주주는 26.41% 지분을 쥔 한국수출입은행이고, 국민연금공단이 8.20%를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정부 지분이 약 76%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 지분이 30%를 넘는 만큼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7월 강구영 전 KAI 사장의 조기 사임 이후 수장 부재로 인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점도 리스크다.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김종출 전 방위사업청 국방기술보호국장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의 인사란 점에서 선임 전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호실적에도 차입금이 늘고, 현금성 자산이 줄어든 부분도 재무적 부담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한화는 KAI 인수설의 주인공으로 여러 번 거론된 회사”라며 “한화가 KAI와 손을 잡는다면 향후 KAI 민영화 시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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