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초고령사회 앞둔 한국… “퇴직연금 자동연금화 필요”

시간 입력 2026-04-14 17:04:00 시간 수정 2026-04-14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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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한국금융학회 공동 세미나 열려
퇴직급여 90% 일시금 수령… 노후 대비 취약
“사적연금 역할 커져…연금화 강제성 띠어야”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4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와 생애주기별 자산 형성’ 정책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대한민국이 유례없는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40년 후에는 비생산인구로 분류되는 노인 인구 수가 생산가능인구 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노후 빈곤율은 지난 2021년 기준 37.7%로 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가 잠재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면서 그만큼 국민의 노후 대책 필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안정적인 노후 소득 확보를 위해 현재의 연금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노후 소득의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퇴직연금이 일회성 목돈으로 소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동연금수령제도’ 도입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공적연금만으로는 국민의 노후 준비가 불가능…제도 전면 재설계 필요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와 생애주기별 자산 형성’ 정책 세미나에서 국민연금, 기초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의 한계부터 짚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공적연금만으로는 국민의 노후 준비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하며 “국민연금 고갈 예상 시점이 2013년에 추계했을 때보다 5년 빠른 2055년으로 앞당겨진 데다가, 국민의 필요 소득대체율과 실질 소득대체율 간 격차가 최대 16%포인트 정도로 벌어지면서 노후 준비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초연금도 2024년 기준 24조 4000억 원 규모의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됐다”며 “이에 공적연금이 지고 있는 부담을 덜 필요성이 대두됐고, 동시에 사적연금이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역할로 떠오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공적연금은 기본 생활 보장과 재정 안정화에 집중하고, 사적연금은 적정 노후 소득 보장을 책임지는 ‘다층적 연금 체계’의 조화가 골자인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사적연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적연금은 현재 가입률이 낮은 편이며, 특히 재정적 여유가 적은 저소득층일수록 가입률이 더 낮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적연금은 소위 여윳돈으로 들어가는 구조라 재정적 여유가 적을수록 자연스럽게 배제되기 때문이다.

14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와 생애주기별 자산 형성’ 정책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퇴직급여 연금 수령 비율 2022년 7.1% 불과…90%는 노후 자금 단기 소진”

이에 강 선임연구위원은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저조한 수익률’과 ‘적립금 누수’를 꼽았다. 그는 “퇴직연금의 경우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90% 가까이 편중된 자산 운용, 사업자의 역할 한계, 불안정한 자본시장 등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도 인출이나 이직 시 IRP 계좌로 이전한 후 해지하는 비율도 높아 실질적인 적립금이 축소되고 있다”며 “특히 55세 이상 퇴직급여 대상자 중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율은 2022년 기준 7.1%에 불과하고, 나머지 90% 이상은 여전히 일시금으로 수령해 노후 자금을 단기에 소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의 연금화가 이뤄지지 않는 주된 배경으로 ‘미흡한 세제 지원’과 ‘역유인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할 경우 실효퇴직소득세율은 4%대로 낮은 반면, 연금으로 수령하면 건강보험료 부과 소득에 포함되는 등 제도가 오히려 연금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퇴직연금 수급 시 자동으로 연금 형태로 수령되도록 하는 ‘자동연금수령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네덜란드와 싱가포르처럼 강제 연금화를 시행하거나 미국처럼 조기 인출 시 10%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적립금은 꾸준히 증가해 2050년 전후로는 국민연금 규모를 초과하는 국내 최대 기금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다가올 인구 위기에 대비해 퇴직연금을 실질적인 종신 노후 소득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퇴직연금 수령 시 연금 형태를 원칙으로 하되 다양한 지급 방식을 병행하고, 중도 해지를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도 역설했다. 또한 다층연금제도를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연금 컨트롤타워’ 구축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끝으로 금융업계의 혁신도 촉구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은 단순히 자산을 쌓아두는 것을 넘어 수익률 제고를 위한 장기 운용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가입자가 연금 형태로 장기 수령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연금 수령 시 수수료를 과감히 인하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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