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모험자본 공급 강화 vs 리스크 관리 ‘딜레마’

시간 입력 2026-04-16 07:00:00 시간 수정 2026-04-15 17: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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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IMA 사업자 2028년까지 모집 자금 25%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
위험노출 상승에 리스크 관리 숙제로…일부 우량 투자처 쏠림 현상도 우려

대형 증권사들이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하면서 모험자본을 일정 수준 이상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시장 내 모험자본 공급 확대가 기대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모험자본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IMA와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내년부터 모집된 자금의 20%를, 2028년부터는 25%까지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모험자본은 대기업이나 부동산 등 안정적 투자처가 아닌 중소·중견기업, 벤처캐피털(VC),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코넥스 상장사 등에 공급되는 자금을 의미한다.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초기 기업이 효과적으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 요인 확대라는 측면도 있다.

이미 증권사의 기업금융 리스크는 갈수록 증가해 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 10곳(한국투자·미래에셋·KB·NH·삼성·메리츠·하나·신한투자·대신·키움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금융 여신성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42조 원으로, 약 10년 전인 2016년(20조 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간 증권사들은 안정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주로 투자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비해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공급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발행어음, IMA 신규 사업자도 늘어나면서 증권사의 기업금융 비중 자체가 커지고 리스크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발행어음과 IMA 추가 인가로 기업금융 증가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모험자본은 △후순위·성과연동 구조 비중이 높아 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사업 성과와 기업가치 변동에 직접 노출돼 시장 여건에 민감하기 때문에 기존 기업금융 대비 신용위험과 손익 변동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당국의 모험자본 규정에 부합하면서도 최대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일례로 최근 대형 증권사들은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첨단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첨단채는 국민성장펀드를 구성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된 채권으로, 정부보증채로 리스크가 낮지만 모험자본에 속하는 만큼 규정 충족과 리스크 최소화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5일 1년 만기 첨단채 3000억 원 발행을 개시했으며, 당일 개장 직후 증권사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장 초반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물론 금융당국도 증권사들이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모험자본 공급 분량 중 상대적으로 우량한 A등급 채권이나 중견기업에 투자한 경우에는 전체 투자금의 30%만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충분한 투자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 IMA 사업자도 많아졌는데 리스크가 낮은 모험자본 투자처를 찾는 것이 큰 숙제가 됐다”며 “결국 일정 규모와 수익성을 갖춘 일부 중소기업에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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