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신파 비둘기’ 신성환 금통위원 “지금은 인플레이션에 무게 둘 때”

시간 입력 2026-05-11 17:37:21 시간 수정 2026-05-11 17: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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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중 7차례 소수 의견…신성환 금통위원, 12일 퇴임
“금리 인하, 인플레 우려 크지 않다는 전제 하에 제시한 것”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1일 오전 서울시 중구 소재의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4년 남짓 금통위원으로 있는 동안 7차례가량 인하 쪽으로 소수의견을 제시했지만, 지금은 물가에 대한 우려가 있어 금리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제가 지금 다시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도 예전에 비해서는 물가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퇴임 전날인 11일 서울 중구 소재의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명 ‘소신파 비둘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 위원은 재임 기간 일곱 차례의 인하 소신의견을 제시했으나, 현재는 유가 급등과 전쟁 여파로 물가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져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 위원은 물가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성장과 물가가 상충하더라도 인플레이션에 무게를 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신 위원은 “지난해 8월 정부의 고강도 규제 정책으로 주택 가격 이슈가 다소 진정되면서 한 번만 더 금리가 인하되기를 바랐던 적이 있다”면서 “소수 의견으로 금리 인하를 제시했던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전제하에 소수 의견을 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삼고 있는 수준이 2%인데, 그로부터 위로 멀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설사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상충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게 적절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재임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부분으로 양극화 속 통화정책을 꼽았다.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 중심의 일부 섹터가 전체 성장률 지표를 끌어올리는 반면,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수·중소기업 부문은 장기간 부진이 이어지는 구조적 괴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 위원은 성장률과 물가 등 대표 지표가 경제 전반의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교과서에서 말하는 성장과 물가의 상충 관계가 지금 한국 경제 구조에서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고 봤다. 경제의 상당 부분이 어려운 상황이면 물가에 대한 압력도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고, 물가 목표에 큰 위협이 없는 범위 안에서 취약 부문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신 위원이 재임 중 수차례 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것도 이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섹터가 경제 전체의 헤드라인 지표를 좌우하는 상황이지만, 나머지 70~80% 정도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실물경제 부문을 위해 금리를 조금 완화해 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어서 금리 인하 주장을 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와 같은 문제를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극화 자체는 구조적 문제이고, 통화정책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극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운용하기 위한 추가 수단이 없는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원화 국제화·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과의 연결고리가 강해질수록, 쏠림이 발생했을 때의 충격도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중의 지혜가 한순간에 군중의 광기로 변하는 순간들이 간혹 있는데, 그런 순간을 항상 조심하며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런 일이 터졌을 때 즉각적으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수단을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가 전망과 관련해서는 연말 70달러 수준을 예상했던 당초 전망보다 높아졌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렇게 유가가 장기간 고공행진할 경우에는 2차 물가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 위원은 “올해 말 정도면 70달러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 상황으로 보면 90달러, 경우에 따라서는 더 오르거나 양자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에는 예상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연말에 얼마나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연말까지 높은 가격으로 고공행진을 하면 여기서 다른 물가에 미치는 2차 충격을 피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신 위원은 퇴임 소회를 밝히며 한국은행 금통위의 독립성을 높이 평가했다. 많은 나라에서 통화정책 결정이 총재나 집행부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반면, 한국은 위원 개개인의 독립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준에 버금간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신 위원은 차기 연준 의장으로 내정된 케빈 워시의 새로운 체제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금융시장의 변화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연쇄적으로 파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 △달러 유동성 긴축 등 두 가지였다. 먼저 신 위원은 새 의장이 시장과의 소통을 현저히 줄일 경우, 글로벌 중앙은행 커뮤니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또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과정에서 달러 유동성 긴축이 발생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달러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그 충격이 특히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신 위원은 새 의장이 이런 정책들을 정책 목표에 맞춰 능숙하게 운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과도한 우려는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신 위원은 “달러를 조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달러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거의 모든 나라에 충격이 꽤 크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클 것”이라면서도 “이와 같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볼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능수능란하게 원하는 정책 목표를 향해서 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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