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 차주는 고금리로, 취약차주는 대출 어려워질 전망
인터넷은행은 NIM 악화도 제기…요구불예금 축소 영향
미래 먹거리 가능성도…고객 신뢰·금융 전문성 측면 유리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 경우 시중은행권이 예금 감소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경우 대출 재원이 축소되면서 신용 공급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주 입장에서는 고신용자조차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중·저신용자는 은행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인터넷은행업계에서는 요구불예금 감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기능을 대체할 경우 인터넷은행의 저원가 조달 기반이 약화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원할 때 즉시 인출할 수 있는 저금리성 자금으로, 순이자마진(NIM) 유지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1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분기 말 예대율은 평균 96.0%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1분기 말(95.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 말(97.0%)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대율은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로, 100%를 넘어서면 은행이 조달한 예수금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지표다.
이는 예금 잔액이 증가한 반면 대출 증가 폭은 제한된 데 따른 결과다.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인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은 늘었지만 전체 대출 잔액 증가를 견인하기에는 부족했다.
당초 업계는 증시 활황에 따른 예금 자금 이탈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기성 자금 상당 부분이 은행으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예금 증가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은행의 대출 재원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지난 11일 기준 사상 처음으로 7800선을 돌파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3거래일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여기에 IMA(종합투자계좌) 시장 확대 역시 머니무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IMA는 대형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고객 예탁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상품이다. 최근 증시 활황과 맞물리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은행 평균 예금금리보다 IMA를 통한 기대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활성화까지 본격화될 경우 시중은행권은 예금 수취뿐 아니라 신용 창출, 결제 중개 기능 전반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은행 예금이 감소하고 그 자금이 발행사의 준비금(국채·MMF 등)으로 이동하면서 은행 유동성과 대출 재원이 축소될 수 있다”며 “이는 신용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제 기능 일부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전되면서 결제 관련 수수료 수익도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1970년대 MMF 출현이나 2000년대 인터넷뱅킹 등장과는 다른 흐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이 2000억달러(약 280조원) 증가할 경우 은행 대출은 650억달러(약 91조원)에서 최대 1410억달러(약 197조원)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요구불예금 감소 가능성이 더욱 민감한 변수로 지목된다. 이는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NIM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본격화되고 소비자 결제·기업 간 거래(B2B)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기 전에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내 역할을 선제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테이블코인 부상은 은행권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객 신뢰, 고도화된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무역금융 전문성 측면에서 은행이 경쟁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진입 방안으로는 △컨소시엄 구성 또는 독자적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제공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 수탁 등이 거론된다.
실제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카카오페이와 함께 범용성이 높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그룹 내 결제·뱅킹·증권·보험 등 폭넓은 금융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외 파트너사와 협업해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및 활용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발행뿐 아니라 보관, 결제 등 생태계 전반에 걸친 사업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이 선임연구위원이 제시한 전략적 진입 경로와도 맞닿아 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제공할 경우 거래 처리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준비금 수탁 역시 은행 예치 의무화가 이뤄질 경우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역시 올해 1월 BNK금융, iM금융,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 등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대형 시중은행은 컨소시엄 주도 또는 자체 발행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도하는 적극적인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수영 기자 / swim@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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